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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수교 19년 … 양국 젊은 외교관들 한반도 정세 ‘솔직 토크’

중앙일보 2011.06.15 03:00 종합 12면 지면보기



“한국, 왜 서해에 미 항모 끌어들이나”
“중국, 왜 범죄자 놔두고 경찰 탓하나”
한국 외교관 11명 7일간 방중



지난달 30일 베이징의 중국 외교부 청사를 방문한 김기현·이은옥 서기관(테이블 오른쪽부터 다섯째, 여섯째) 등 한국의 젊은 외교관들이 중국 측 동년배 외교관들(테이블 왼쪽)과 한반도 정세 등을 놓고 토론을 하고 있다. 이들은 천안함 사건 이후 중국의 북한 감싸기 등 민감한 이슈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외교부 제공]





한국과 중국 외교관들이 처음으로 한반도 정세에 대해 속내를 털어놓 았다. 외교부 이백순 인사기획관, 김기현 서기관 등 우리 외교관 11명은 지난달 29일∼4일 베이징·상하이·우루무치를 찾았다. 한·중 수교 19년 만에 이뤄진 ‘한·중 청년 외교관 교류사업’의 일환이었다. 이들은 중국 외교부의 동북아·정책·영사 담당 관리들, 상하이 국제문제연구원·푸단대학의 한반도 전문가들과 북한 문제 등 현안을 놓고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양측 간의 대화 요약.



 ▶중국 측=“왜 한국은 북한과 대화에 응하지 않느냐.”



 ▶한국 측=“우리는 악수(대화)하자고 손바닥을 내밀었는데 북한은 주먹(군사도발)만 쥐고 있다. 주먹 쥔 손과 악수하려면 손바닥 두 개로도 모자란다. 중국 은 그럴 수 있겠나.”



 ▶중국=“왜 한국은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자꾸 거론하면서 서해에 미국 배(항모)를 끌어들이느냐. 우리는 불편하다.”



 ▶한국=“마을에 밤마다 유리창을 깨고 도망가는 범죄자(북한)가 있어 경찰(미 해군)이 출동한 것이다. 범죄자를 처벌할 생각은 않고 경찰을 탓하는 게 말이 되나.”



 ▶중국=“천안함·연평도 사건 이후 한국이 중국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한국 언론이 중국을 너무 심하게 비판한다.”



 ▶한국=“중국이 남북을 공평하게 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는 것 같다. 중국은 지난해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흘 뒤 있을 김정일의 방중에 대해 귀띔조차 해주지 않았다. ”



 ▶한국=“한국과 중국은 경제부문에선 잘 되는데, 외교안보는 잘 안 되고 있다. 수레가 나아가려면 두 바퀴가 고르게 돌아야 하는데 한쪽 바퀴(외교안보)에 쐐기(북한 핵)가 박혀 있기 때문이다.”



 ▶중국=“15년 만 지나면 동북아 정세가 크게 변할 것이다. 한국은 그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북한에) 대응하기 바란다.”



 ▶한국=“진정한 동북아 시대를 열려면 중국이 (북한 문제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한·중 외교관들은 이런 설전을 주고받았지만 “두 나라가 장기적인 목표와 전략(한반도 통일)에서는 같으며, 단기적·전술적인 이견이 있을 뿐”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한 외교관은 “중국이 소수민족(위구르족) 문제로 민감한 지역인 신장도 방문하게 해주는 등 중국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데 대해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양측은 첫 외교관 교류가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하고 내년엔 중국 외교관들을 서울에 초청해 교류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중국이 외교관 교류를 하는 나라는 북한·몽골뿐이다.





◆한국 측 참가자=이백순 외교부 인사기획관, 최영삼 동북아국 중국과장, 전홍인 영사지원팀장, 김기현·백승희·이은옥·이원희·이예현·이윤우·이충만·최철호 서기관.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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