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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치료의 만남, 아트테라피

중앙일보 2011.06.15 02:30 Week& 2면 지면보기
미술·춤·음악 등 예술 분야와 치료를 접목한 ‘아트테라피(Art therapy)’가 주목받고 있다. 푸드아트테라피·뮤직테라피·댄스테라피·컬러테라피 등 종류도 다양하다. 본래 치료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최근에는 정서적 안정을 돕는 활동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졌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표현하는 데 예술이 매개체가 되는 것이다. 이들 활동은 특히 감정 표현에 서툰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된다. 식재료나 생활소품 등 일상의 소재를 이용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다.


표현에 서툴고,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들 …
보자기로 옷 만들고, 그림 그리며 놀다보니
굳었던 얼굴에 웃음이 피어났다

글=박정현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노래하고 춤추며 닫혔던 마음 열어

















예술과 치료를 접목한 ‘아트테라피’가 정서 안정과 사회성을 기르는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서울 돈암초 6학년 학생들이 계발활동시간에 여럿이 어울리는 활동을 하며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황정옥 기자



3일 오후 2시 서울 돈암초등학교 6학년 10반 교실. 각 반에서 모인 6학년 학생 20여 명이 각자 마음에 드는 보자기를 하나씩 손에 들고 원을 만들어 서 있다. “앞에 있는 친구를 보자기로 멋지게 꾸며주세요.” 다솜여성가족문화예술협회 이지홍 강사의 말에 학생들은 친구의 머리를 보자기로 묶거나 몸을 감싸 옷을 만들어줬다.



계발활동 시간에 이뤄지는 ‘예술테라피’ 수업이다. 이 학교 학부모인 이씨가 ‘학부모 나눔 봉사’의 일환으로 학기 초에 시작했다. 이씨는 “보자기라는 정형화되지 않은 ‘장난감’을 자기 마음대로 던지고 구기고 흔드는 과정에서 정서적 안정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이 수업은 춤·미술·음악 등의 예술 활동과 접목해 진행된다.



돈암초 정윤숙 교사는 “아이들이 처음에는 쑥스러워 서로 눈도 못 마주쳤지만 이 활동을 통해 소통하는 법을 배운 후 표현이 자유로워지고 자신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이유성(6학년)군은 “친구들과 노래하고 춤을 추는 것만으로도 신이 난다”고 말했다. 선택적 함묵증(말하는 데 문제가 없지만 특정한 상황이나 사람 앞에서 말하지 않는 아동기 불안장애)이 있던 한 학생은 요즘 손을 들고 발표할 수 있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변했다.



직접 만든 샌드위치 보며 자기 감정 알게 돼



학교 보건교사들 사이에서는 푸드아트테라피가 호응을 얻고 있다. 천안여중 전희숙 교사는 이번 학기부터 계발활동 시간에 푸드아트테라피 수업을 한다. 전 교사는 “요리를 하며 여러 재료를 만지는 과정에서 자기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며 “생활 재료이다보니 학생들이 편안해 한다”고 말했다.



목포대 아동학과 이정연 교수는 “자아 성장과 자기 치유를 돕는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수업은 샌드위치를 만들면서 케첩 등으로 자신이 행복했을 때 얼굴이나 집을 그려보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 교수는 “요리를 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며 “감정을 표출하고, 이를 주변 사람들이 공감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정 정화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미향(39·충남 천안시 동랑구)씨는 천안시 드림스타트센터에서 진행한 ‘푸드아트테라피’ 수업에 세 자녀와 함께 두 달간 참여했다. 이씨는 “둘째(10)가 만든 작품을 보며 형과 동생 사이에서 스트레스가 많다는 걸 알게 됐다”며 “과자나 음식이 재료여서 아이들이 놀이처럼 즐기며 참여했다”고 말했다.



 푸드아트테라피 활동은 집에서도 가족과 함께해볼 만하다. 엄마는 솜씨를 부려 요리를 하고, 자녀는 재료 껍질 등으로 작품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자세만 바꿔도 정서가 달라진다



한국댄스테라피협회 김인숙(한국무용동작심리치료학회장)씨는 “댄스테라피는 춤을 배우는 게 아니라 움직임을 통해 내면을 읽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몸은 감정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면 심리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댄스(무용·동작)테라피는 1980년대 말 병원에서 무용요법으로 시작됐지만 지금은 일반인을 위한 자기 성찰, 가치 발견, 사회성 등의 목적으로도 활용된다.



댄스테라피는 일상적인 움직임에 담긴 감정을 찾는다. 아이가 발을 쿵쿵거리고 걸으면 왜 그런지 이유를 물어 자신의 몸짓을 스스로 인식하게끔 한다. 김씨는 “자기 움직임과 내면을 연결시켜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엄마한테 혼나서 그래요” “기분 좋아 신나게 걷는 거예요”라고 아이가 감정을 표현하면 엄마가 공감해준다. 이씨는 “자녀가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몸짓이나 움직임을 읽어 공감해주면 엄마가 자기를 이해한다고 생각해 정서적으로 안정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몸의 자세를 바꾸면 정서도 바뀐다”고 강조했다. 우울감에 웅크리고 있으면 몸을 쭉 펴 보게 하거나 더 신나게 걷도록 유도한다. 어린아이라면 엄마와 리듬에 맞춰 율동을 해보는 것도 괜찮다. 동작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줌으로써 아이 자존감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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