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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성남시 - 빚 125조 LH, 판교 설계 잘못 ‘네 탓’ 공방

중앙일보 2011.06.15 01:25 종합 6면 지면보기



외곽순환로에 방음벽도 세울 수 없었다



아파트 바로 옆 ‘소음 질주’ 경기도 성남시 판교신도시 H아파트 옆을 지나가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운중교 구간. 도로가 아파트와 30~40여m 남짓 떨어져 있어 주민들은 소음에 시달린다. 도로 하중 문제 등으로 방음벽 설치도 불가능했다. [김도훈 기자]



사업자와 감독청의 무사안일 때문에 1000억원의 돈을 날리게 됐다. 멀쩡한 외곽순환고속도로를 옮기게 된 책임은 판교신도시 공동 사업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성남시와 관리·감독을 맡은 국토해양부(당시 건설교통부)가 져야 한다. 고속도로를 옮기는 데 드는 비용만큼 고스란히 판교신도시 주민들이 손해를 보게 됐다.



 이번에 문제가 된 판교신도시 H아파트단지의 경우 애초 환경영향평가 때 예상 최고 소음치가 소음진동규제법과 환경정책기본법의 기준을 모두 초과했다. 그런데도 국토해양부·LH·성남시는 방음벽(높이 3m)만 설치하기로 하고 고속도로 옆에 아파트 건설부지를 배치했다.



 판교신도시의 공동 사업자는 LH(당시는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와 성남시다. 신도시 개발 사업을 함께 할 때는 행정구역이나 지분만큼 일정 구역을 나눠 시행하는 게 보통이다. 판교신도시의 경우 경부고속도로를 기점으로 동판교 쪽은 LH가, 서판교 쪽은 성남시가 맡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구간은 구역만 놓고 보면 성남시가 맡았던 서판교 쪽이다. 하지만 LH는 사업 총괄 사업자로서 전체적인 설계를 잘못한 책임이 있다.



 양측은 그런데도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LH 판교사업본부 관계자는 “전체적인 도시 윤곽을 그릴 때 소음을 고려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잘못을 일부 인정했다. 하지만 성남시 책임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사업지는 성남시 사업 구간이어서 성남시가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행정구역상 건축허가권을 갖고 있는 곳은 성남시다. LH 판교사업단 김진석 차장은 “신도시를 비롯해 모든 아파트 건립 때 인접 도로에 대한 소음 등은 자치단체가 판단해 건축 허가 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령 LH가 설계를 잘못했더라도 성남시가 건축허가 때 바로잡아야 했다는 얘기다.



 성남시는 펄쩍 뛴다. 성남시 도시개발사업단 제인호 택지개발과장은 “건축 허가 때 방음벽 설치 등을 고려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건축허가권자 입장에서 소음 피해를 막는 노력을 했다는 주장이다.



 2006년 15층으로 계획된 A아파트는 8·31 부동산 대책 직후인 2006년 최고 18층으로 변경돼 80m 교량으로 된 고속도로 높이를 넘어섰다. 성남시는 A아파트 건설 공사 중이던 2008년 7월 최상층 소음치가 71㏈로 나오자 도공에 방음벽 설치를 타진했다. 그러나 도로 하중 문제 등으로 방음벽 설치가 불가능했다. 제 과장은 “국토부와 LH가 주도해 판교 택지개발계획을 세웠고 이때 이미 아파트 배치 계획이 확정돼 있었다”며 “성남시는 개발계획이 나온 이후 지분을 확보해 공동 사업자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판교 주민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 외곽순환고속도로를 옮기는 데 들어갈 돈은 성남시와 LH가 챙긴 판교신도시 개발이익금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이 돈은 원래 판교의 공공시설물 건설에 재투자해야 하는 재원이다. 판교 주민들은 성남시와 LH의 어이없는 잘못으로 1000억원 규모의 공원이나 체육관 같은 복지시설을 잃게 됐다.



글=황정일·유길용 기자

사진=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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