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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영화 속에선 반물질 폭탄까지 만드는데 현실은 …

중앙일보 2011.06.15 01:19 종합 8면 지면보기
반(反)물질은 공상과학(SF) 영화·소설의 단골 소재다.


지금까지 만든 반물질 양
60W전구 4시간 밝힐 정도

SF의 고전 ‘스타트랙’(1969년)의 엔터프라이즈 호는 반(反)중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워프드라이브(공간이동)’를 한다. 주무기인 ‘광자(光子·photon) 어뢰’도 반물질 무기다. ‘아바타’(2009년)의 행성간우주화물선(ISV)도 반물질을 연료로 4.37광년(光年) 떨어진 지구와 판도라(영화의 배경이 되는 별) 사이를 오간다.



하지만 반물질이 등장하는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뭐니뭐니해도 미국 작가 댄 브라운(Dan Brown)이 쓴 소설 『천사와 악마』(2000년)와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동명 영화(2009년)다. 한 비밀결사조직이 반물질을 이용해 바티칸 폭파 음모를 꾸민다는 내용이다. 다른 작품들과 달리 현대가 배경이고, 실제 반물질을 만들고 있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을 등장시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이 같은 영화·소설 속 이야기들은 어디까지나 ‘상상’일 뿐이다. 이론적으로 불가능하진 않지만, 실제 가능성은 희박하다. 무엇보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반물질 양이 터무니없이 적다는 게 문제다.



CERN은 영화 ‘천사와 악마’ 개봉 이후 과학적 진실을 밝히는 웹페이지(angelsanddemons.cern.ch)를 만들었다. 이에 따르면 현재까지 CERN이 만든 반물질은 모두 합해 10ng(나노그램, 1 나노그램은 10억 분의 1그램)이 채 안 된다.



에너지량으로 환산하면 60W짜리 전구를 4시간가량 밝힐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앞으로 CERN이 가속기를 반물질 만드는 데만 사용한다 해도 1년 생산규모는 1ng 정도다. 영화에서처럼 1g의 반물질을 만들기 위해서는 꼬박 10억 년을 기다려야 한다. 경제성도 빵점이다. 반물질 1g이 쌍소멸(雙消滅)하며 방출하는 에너지는 약 2500만kWh다. 하지만 가속기를 돌려 이 정도 양을 만들자면 그 10억 배의 에너지가 든다. 돈으로 치면 1000조 유로(약 150경원) 이상이 필요하다. 배보다 배꼽이 커도 보통 큰 게 아니다.



 학자들은 영화·소설 속 설정에 대해 “우주 어딘가에서 반물질 광산(鑛山)을 찾아내고, 물질과의 접촉을 막는 완벽한 통제 기술을 갖기 전까지는 불가능한 얘기”라고 말한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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