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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술값·내집마련 뚝딱 … 저축은행은 금감원 직원 ‘도깨비 방망이’

중앙일보 2011.06.15 00:57 종합 20면 지면보기



우수직원 선정됐던 이모씨 구속
3년간 법인카드 등 3억대 수뢰



본지 5월 13일자 19면.



2008년 6월 금융감독원의 부국장급 저축은행 검사팀장이었던 이모(56)씨는 전남 보해저축은행 오문철(57·구속기소) 대표이사로부터 저축은행 직원의 어머니 명의로 된 신용카드 한 장을 받았다.



한 달 전에 있었던 검사에서 보해저축은행에 유리하도록 검사 결과를 보고한 대가였다. 처음이 아니었다. 이씨는 2006년 9월 오 대표로부터 은행 직원의 친척 명의로 된 현금카드를 받아 2009년 5월까지 70만~2000만원을 16차례에 걸쳐 송금 받아 모두 1억2200만원을 인출해 썼다. 이씨는 2005년 금감원에서 우수직원으로 특별상을 받을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저축은행의 검사라는 본업엔 충실하지 않았다. <본지 5월 13일자 19면>



 신용카드를 받은 이후 이씨는 서울의 한 노래방에서 70만원을 결제하는가 하면 태국마사지, 호프집 등을 오가며 카드를 썼다. 검찰은 이씨의 가족도 신용카드를 쓴 것으로 보고 있다. 평일 낮시간에 강남의 유명 백화점에서 100만원짜리 물건을 사거나 금은방과 마트 등에서 쇼핑을 한 기록이 나왔기 때문이다. 휴가철엔 공항면세점에서 물건을 사기도 했다. 1년 동안 쓴 카드 대금 1460여만원은 오 대표가 결제했다. 이씨에겐 저축은행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도깨비 방망이였던 셈이다.



 이씨는 ‘내집 마련’도 오 대표를 통해 했다. 이씨는 2009년 2월 오 대표를 찾아가 “집을 사야 하는데 돈이 부족하다. 행장님이 좀 도와주시면 고맙겠다”고 요구해 현금 2억원을 받았다.



이씨가 보해저축은행의 부실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3년 동안 받은 뇌물은 모두 3억3660만원에 달한다. 광주지검 특수부는 지난 13일 이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수사를 담당했던 검찰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실수로 카드와 관련된 말을 꺼내는 바람에 신용카드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며 “저축은행을 감시해야 할 금감원 직원의 윤리의식이 이렇게 추락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광주=유지호·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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