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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 작년엔 15명, 올핸 딱 2명” … 학생 안 보이는 ‘유령 캠퍼스’

중앙일보 2011.06.15 00:53 종합 20면 지면보기



등록금 내릴 수 있다 ⑦ 경영부실 대학 3곳을 가다



여기가 대학? 2009년 경영 부실 대학으로 지정된 지방의 한 사립대는 대낮에도 학생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학교 내 빈 땅엔 짓다만 폐자재들이 쌓여 있다. 지역 주민들은 이 대학을 유령의 섬이라고 부른다. 이 학교는 최근 신입생 충원율이 낮아지면서 운영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김민상 기자]





지난 13일 제주도 외곽에 위치한 B대는 기말고사 기간인데도 학생이 많지 않았다. 주민 고모(72)씨는 “학생들은 도심에서 통학버스를 타고 아침에 왔다가 금세 사라진다”며 “대낮에도 수업받는 학생들을 볼 수가 없어 ‘유령의 섬’이 따로 없다”고 말했다.



 기자가 이 학교 기숙사에서 나온 중국인 학생을 따라가 봤다. 그가 향하는 곳은 강의실이 아닌 숯불구이 음식점.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는 “등록금이 싸서 이곳에 왔는데 틈틈이 일하면서 돈도 벌고 있다”고 말했다.











기숙사엔 중국인 학생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한 중국인 학생(24·4년)은 “겨울에도 기숙사에선 온수가 하루 2시간만 나오고, 난방이 안 돼 스웨터를 껴입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학은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가 추려낸 경영 부실 대학 13곳에 포함된 뒤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 경영 부실 대학으로 알려지면서 입학생은 줄어들고, 외국 학생이 반값 등록금만 내고 빈 곳을 채우다 보니 경영 사정이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교과부로부터 경영컨설팅을 받고 있으나 신입생 충원율은 더 악화됐다. 재학생들도 썰물처럼 빠져나가 재학생 충원율이 57%(2008년)에서 지난해엔 40%대로 뚝 떨어졌다.



 대학이 학생들의 교육엔 투자할 여력이 없어 보였다. 이 학교 관광학 관련 실습실에는 현재 국내 항공사들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구식 기내용 의자가 부서진 채 방치돼 있었다. 3학년 이모(21)씨는 “실습시설이 너무 형편없어 공부에 거의 도움이 안 된다”며 "지난해 신입생이 15명 들어왔지만 올해는 2명뿐”이라고 말했다.



 열악한 교육 환경 때문에 학생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4학년 김모(24)씨는 “한국어도 서툰 중국인 학생들을 잔뜩 뽑아놓으니 수업이 제대로 안 돼 한국 학생들이 피해를 본다”며 “(중국인보다) 등록금을 두 배로 내는 게 억울하다”고 말했다.



 경북 A대와 강원 C대는 같은 부실 대학으로 지정됐으나 제주 B대와는 사정이 많이 달랐다.














 경북 A대는 컨설팅 결과에 따라 학과 구조조정을 벌였다. 교수 10명을 내보낸 것이다. 교수와 교직원들의 급여는 지난해 3월부터 연봉제로 전환됐다. 이 대학 최모(51) 교수는 “절전은 물론 이면지 사용, 소모품 아껴 쓰기 등 비용 줄이기가 일상화됐다”며 “출장도 가급적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올해 안에 재단에서 전입금을 받을 예정이다.



직원 권모씨는 “전입금이 들어오면 학교 운영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입시에서는 신입생 충원율도 94%에 달했다.



 강원 C대 역시 부실 대학 지정 이후 상황이 호전되고 있었다. 우선 충원율이 높아졌는데 등록금의 40%를 장학금으로 지급하는 조건으로 학생들을 모은 결과다. 학생들은 입학금과 등록금 400만원 중 240만원만 내면 된다. 하지만 지금도 등록금 수입 의존도가 높아 학생들의 불편은 여전하다.



 2008학번으로 1학년 마치고 군복무를 한 뒤 복학한 김모(23)씨는 “강의동의 화장실엔 화장지가 없어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휴지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화장실 청소도 2~3일에 한 번씩 이뤄질 정도”라고 말했다.



 부실 대학 3곳 가운데 일부는 지난해 9월 교과부가 발표한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에도 속했다. 두 대학 교직원들은 이런 정부의 발표에 대해 “실효성 없는 정책”이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A대의 한 직원은 “정부의 대출 제한 규정에 묶여 피해를 본 학생은 단 한 명도 없다”며 “정부가 대학 설립 인가를 내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대학 이미지에만 악영향을 주려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강홍준(팀장)·김성탁·박수련·윤석만·강신후·김민상 기자, 송의호·이찬호 기자



글 싣는 순서



① 적립금으로 슬쩍 옮겨간 등록금

② 등록금 인상 부추기는 교수 고액 연봉

③ 안식년인가 ‘골프년’인가

④ 신이 내린 최고의 직장, 대학 직원

⑤ 독자 전문가와 함께 찾은 해법

⑥ 13개 부실 대학 세금 낭비

⑦ 경영부실 대학 3곳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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