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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클릭

중앙일보 2011.06.15 00:25 종합 35면 지면보기








처음엔 ‘디스플레이 시스템을 위한 X-Y 위치 조절장치’였다. 미국의 더글러스 엥겔바트(Douglas Engelbart)가 1968년 선보인 가로·세로 10㎝에 높이 5㎝짜리 컴퓨터 보조장치의 공식 명칭 말이다. 줄여서 ‘X-Y 축 표시기’라고 했다. 목재 상자에 톱니바퀴 두 개, 버튼 세 개, 그리고 긴 전선이 달려 있었다. 바로 쥐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마우스(mouse)’다.



 모든 혁명적 발명이 그렇듯이 마우스도 출발은 초라했다. ‘문자 입력도 못 하는 기계’란 조소를 들어야 했다. 특허 ‘대박’도 없었다. 엥겔바트는 겨우 1만 달러의 성과급을 받았다. 하지만 MIT는 1997년 “까다로운 주인이던 컴퓨터를 인간의 시종으로 만들었다”며 최고 발명가상을 수여한다.



 마우스의 대중화는 애플(Apple)이 1983년 개인용 PC에 ‘리사(Lisa)’란 이름의 마우스를 선보이며 시작됐다. 바야흐로 ‘클릭(click)’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글씨가 타이핑에 의해 박제(剝製)됐는데, 이제는 타이핑이 ‘클릭’에 구축(驅逐)되는 상황이다. 단순히 ‘딸깍’이란 의성어에 불과했던 ‘클릭’은 버젓이 ‘마우스 버튼을 누르다’는 동사가 됐다. 나아가 IT붐을 타고 ‘성공하다’ ‘꼭 들어맞다’ ‘똑똑해지다’는 뜻으로까지 확장됐다. 현대자동차가 소위 N세대를 겨냥해 2002년 출시한 소형 승용차 이름도 ‘클릭’이었다. 애덤 샌들러(Adam Sandler)는 영화 ‘클릭’에서 시간 단축을 위해 마구 클릭했다가 망가지는 ‘참을 수 없는 인간의 가벼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지만.



 그런데 마우스로 ‘클릭’의 시대를 선도했던 애플이 이제는 ‘터치(touch)’를 앞세워 ‘클릭’의 종말을 주도한다. 목표로 ‘커서(cursor)’를 움직일 필요도 없다. 곧바로 ‘터치’하면 만사해결이다. 새로운 운영체제(OS) 이름도 사자를 뜻하는 ‘LION’이다. 말 그대로 마우스는 ‘사자 앞 쥐’인 셈인가. 하지만 모를 일이다. 우화(寓話)에선 먹잇감도 안 돼 그냥 살려준 쥐가 나중에 덫에 걸린 사자를 구하지 않던가.



 이처럼 ‘클릭 종언(終焉)’의 시대에 아날로그 정치판에선 ‘클릭’이 한창이다. 복지론에 좌(左) 클릭, 종북론에 우(右) 클릭이다. 표심(票心)이 표적(標的)이다. 하지만 ‘클릭’만 하면 뭐 하나. 그저 일상에 지치고 멍든 서민 가슴엔 감동의 ‘터치’가 필요하다. 축 처진 어깨를 두드리는 ‘탭(tap)’과 함께.



박종권 선임기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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