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떠오르는 패션 도시를 가다 ① 스페인 바르셀로나

중앙일보 2011.06.15 00:11 경제 18면 지면보기



태양·꽃·바다 … 예술가의 도시, 색깔의 잔치



바르셀로나의 관광지와 해변가, 대학가에서 젊은이들의 개성 넘치는 옷차림을 포착했다. 다니엘라 수스바체(여). 구엘공원 내 타일 모자이크 작품들과 잘 어울리는 알록달록한 무늬의 미니스커트가 사랑스럽다. 막시밀라노 우르네시우스(남). 바짓단을 접은 롤업 팬츠와 연분홍 조끼가 깔끔해 보인다.모두 TNGT 의상.



해마다 봄·가을이면 파리·뉴욕·밀라노·런던이 들썩인다. 새로운 유행을 소개하는 대규모 패션쇼가 열리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패션 디자이너, 기자, 바이어들이 몰려드는 통에 도시의 숙박과 교통은 한바탕 몸살을 앓는다. 이들 도시는 거리를 걸어가는 평범한 이들마저 모델처럼 옷을 잘 입어서 ‘스트리트 패션’ 촬영의 주요 무대가 되고 있다. 그런데 이들 네 개 도시 외에는 정말 대안이 없는 걸까? 시선도 감각도 신선한 ‘떠오르는 패션도시’를 꼽는다면? 스타일&이 젊고 경쾌한 20대를 위한 한국 패션 브랜드 TNGT와 함께 숨어 있는 패션도시들을 찾아 나섰다. 그 첫 번째가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다. 유럽의 유명한 관광도시답게 전 세계의 젊은이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자유로운 에너지가 새로운 유행을 창조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바르셀로나=서정민 기자 ,

사진=전명진(프리랜서),

모델: 막시말라노 우르네시우스, 다니엘라 수스바체, 촬영협조: TNGT





반바지·톱 물결 … 관광객과 구분 힘들 정도



관광도시답게 바르셀로나 거리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젊은이들로 늘 북적댄다. 옷차림은 하나같이 가볍다. 반바지, 슬리브리스 톱, 튜브 톱 원피스, 미니스커트 등 옷 크기도, 소재도 가벼운 ‘과감한’ 옷이 대부분이다. 컬러감 역시 ‘세다’. 불꽃처럼 화려한 빨강 원피스, 태양처럼 눈부신 노랑 셔츠 등 원색의 옷을 입은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흰색 옷을 입은 사람들도 화려한 색깔의 소품 하나쯤은 갖고 있는 게 기본이다.



관광객이 아닌 현지 젊은이들의 옷차림 역시 색상과 소재 모두 가볍고 화려하다. 옷차림만으론 현지인과 관광객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패션쇼 전문기획사 ‘모다 바르셀로나’의 알렉스 플라크 대표는 “바르셀로나 패션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대담한 색채의 향연”이라고 설명했다. 좌우의 디자인이 다른 독특한 신발로 유명한 신발 브랜드 캠퍼의 마케팅 디렉터 엘리자베타 맨지 또한 “피카소·마티스· 호안 미로 등 이름만 들어도 화풍이 떠오르는 예술가들은 후손인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자유롭고 독창적인 디자인 자산을 물려줬다”고 말했다.



데시구알-구스토 바르셀로나 브랜드 인기









1 다우라 야네스. ‘몸빼’ 스타일의 바지는 멋은 물론 편안함에서도 으뜸이다. 2 크리스티나 플로리도. 플라밍고 춤이 연상되는 스커트와 남성적인 티셔츠의 조합이 이색적이다. 3 이네스 산페리우. 홀터넥(어깨끈 대신 목과 연결된 줄로 옷을 고정하는 스타일) 원피스 덕분에 평범한 레깅스 차림이 매력적으로 보인다. 4 카트리나 스미스. 색색의 가방 하나면 충분히 멋쟁이가 될 수 있다. 5 다니엘라 수스바체. 오래된 석조건물로 이뤄진 고딕 지구에서 눈에 띄려면 대조적인 느낌의 화려한 원피스가 어울린다. TNGT 의상. 6 니라 페레즈. 원피스에 안 어울릴 것 같은 큰 가방이 오히려 멋스럽다. 7 아프리카 곤잘레스. 바르셀로나 젊은이들에게 요즘 인기 있는 브랜드 ‘데시구알’의 옷이다. 8 엘렌 허스버그. 화려한 꽃무늬가 보는 이를 압도한다.






요즘 바르셀로나 젊은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는 이 도시에서 태동한 ‘데시구알(Desigual)’이다. 시내의 주요 거리에는 어김없이 숍이 들어서 있다. 구찌·로에베·보스·막스마라 등 명품 숍이 즐비한 디아고날 거리에서도 데시구알 숍은 눈에 띈다. 이 브랜드의 특징은 강한 색감과 화려한 문양이다. 큼직한 자수와 아플리케(다른 헝겊을 바느질로 꿰매어 덧내는 장식)는 이 브랜드만의 고유한 디자인 컨셉트다. 브랜드 명인 데시구알은 스페인어로 ‘같지 않다’는 의미. 다른 나라는 물론이고 스페인 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옷이라는 컨셉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마케팅 전략도 독특하다. 올 2월에 있었던 세일 기간에는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매장에 오는 고객에게는 할인을 더 해준다’는 내용의 이벤트를 했다. 행사 기간에 두꺼운 겨울 코트 안에 비키니를 입고 온 여자 손님들이 매장 앞에 길게 줄을 선 모습이 사진으로 찍혀 한동안 화제가 됐다. ‘구스토 바르셀로나(Custo Barcelona)’도 강렬한 원색과 무늬를 컨셉트로 하는 바르셀로나 태생 브랜드다. 두 브랜드 모두 한눈에 ‘메이드 인 바르셀로나’임을 알 수 있는 디자인이라 경쟁이 치열하다. 2008년에는 구스토 바르셀로나가 자신들의 것을 카피한다고 데시구알을 제소하기도 했다. 가격대는 구스토 바르셀로나가 훨씬 비싸다. 여름용 원피스로 비교하면 데시구알이 30~60유로(약 5만~10만원), 구스토가 100~200유로 정도다.



이외 바르셀로나 출신으로 주목받는 디자이너로는 크리지아 루버스텔라, 미리엄 폰사 등이 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디자인에 활동성은 뛰어나고 재미있는 무늬가 많이 들어간 것이 공통된 특징이다.



바르셀로나에서 온라인 인터내셔널 호텔 마케터로 일하면서 한국의 여행, 패션 잡지 통신원으로 활동해온 한국인 유동연(31)씨는 “자신들이 살고 있는 도시 특유의 자유롭고 창조적인 분위기를 중시하는 게 바르셀로나 젊은이들의 특징”이라고 전했다. 알렉스 대표는 바르셀로나 패션의 이 독창성을 “후안 미로의 원색, 피카소의 유머, 가우디의 아이디어 등 바르셀로나가 사랑한 예술가들로부터 물려받은 DNA”라고 표현했다.



대규모 행사 유치 … 남유럽 패션 중심지 꿈꿔



최근 2~3년 동안 바르셀로나 시는 패션산업 전체의 도약을 목표로 매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노력은 대규모의 국제 패션 행사인 ‘080 바르셀로나 패션’과 ‘브란데리’ 후원이다. 2007년에 시작된 ‘080 바르셀로나 패션’은 젊은 디자이너를 발굴해 지원하는 패션쇼 행사다. 전 세계 디자이너들에게 참가 기회는 열려 있지만 스페인 특히 바르셀로나가 속한 카탈루냐 지역 출신 디자이너들에게 좀 더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올 7월에 8회째 행사를 치른다.



2009년부터 시작된 ‘브란데리’는 ‘도시&현대’를 주제로 한 대규모의 패션 무역전람회다. 2009년부터 베를린에서 개최되고 있는 같은 컨셉트의 쇼 ‘브레드앤버터’보다 규모를 키워 바르셀로나를 남유럽 패션을 대표하는 중심지로 자리매김한다는 게 목표다. 올 2월에 열린 행사에는 1만6000명의 기자, 바이어, 관람객이 참가했다. 참여 브랜드는 147개. 이 중 해외 브랜드는 58%, 스페인 브랜드는 42%였다. 유명 브랜드들도 관심이 높아져 올 7월 열리는 행사에는 샤넬, 장 폴 고티에 등도 참여한다고 한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