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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캐릭터 하나 넣었더니, 내 셔츠가 ‘팝아트’

중앙일보 2011.06.15 00:09 경제 17면 지면보기
‘캐릭터 전쟁’. 요즘 패션계의 화두다. 티셔츠에서 가방·신발까지 웬만한 물건엔 모두 캐릭터가 찍혀 있다. 만화 주인공은 기본이고 예술가의 개성 있는 캐릭터, 브랜드 로고를 대신하는 신종 캐릭터까지 등장했다. 패션계의 이런 캐릭터 신드롬을 단순히 키덜트족(성인이 돼서도 유년의 감수성을 지닌 사람들)의 향수 때문으로 봐야 할까. 이유는 더 있다. 재미있고 톡톡 튀는 팝아트가 세계적인 문화 트렌드로 자리잡았다는 것. 여기에 로고를 대신해 브랜드를 알리려는 패션업체의 전략도 숨어 있다.


아토마우스·드래곤볼·심슨 … 브랜드마다 “로고 대신 캐릭터”

글=이도은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1 아톰과 미키마우스를 합성한 ‘아토마우스’를 내세운 오즈세컨의 민소매 티셔츠. 2 트루릴리전의 대표 캐릭터인 ‘부처상’. 3 지바이게스(G by Guess)가 만든 캐릭터 ‘빠울’. 창의적 두뇌와(사과) 자유로운 사고(부엉이), 열정(하트), 감성(중절모)을 상징한다. 4 도깨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잠뱅이의 ‘깨비’. 5 여성복 브랜드 탑걸의 캐릭터 ‘타피’. 6·9 낯익은 스머프·원숭이 캐릭터는 홀하우스 브랜드의 대표 캐릭터다. 7 유니클로는 ‘드래곤볼’의 캐릭터를 티셔츠에 담았다. 8 톰스토리의 ‘오브와 친구들’ 캐릭터 중 하나인 ‘비주’. 10 카이아크만의 박쥐캐릭터 ‘카이뱃’. 11 기존 닭 로고에서 더 귀엽게 바뀐 르꼬끄 스포르티브의 캐릭터 ‘위트 꼬끄’. 12 트루젠 보타이에 들어간 권기수 화가의 ‘동구리’ 캐릭터. 13 컨버스와 DC 코믹스가 협업해 만든 슈퍼맨 캐릭터 운동화.





‘재미있는 패션’이 대세 … 작가와 협업 늘어



미키마우스·헬로키티·스누피…. 캐릭터 하면 생각나는 것들이다. 하지만 올해는 만화 캐릭터부터 범위가 넓어졌다. 콜래보레이션(협업)을 통해 새로운 주인공들을 ‘수혈’받았기 때문이다. 여성복 오즈세컨이 내놓은 ‘아토마우스’가 대표적인 예다. 팝아티스트 이동기씨와 손잡고 아톰 머리 위에 미키마우스의 귀를 붙인 합성 캐릭터를 티셔츠·반바지·신발 등에 담았다. 캐주얼 브랜드 유니클로는 제작사와의 협업으로 ‘에반게리온’ ‘드래곤볼’ 등의 캐릭터를 활용한 티셔츠를 내놨고, 해외 디자이너 브랜드인 꼼데가르송도 만화 ‘심슨네 가족들’로 유명한 만화가 맷 그로닝과 협업해 그의 작품 속 캐릭터를 티셔츠·캔버스백에 고스란히 옮겼다.



이처럼 캐릭터 개발에 협업까지 이뤄지는 건 패션 트렌드와 관련이 있다. 홍익대 간호섭(패션디자인과) 교수는 “값비싼 명품에도 만화 캐릭터가 등장할 정도로 ‘재미있는 패션’이 대세가 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캐릭터가 그려진 옷이 더 이상 유치하고 저급하게 취급되기보다는 ‘팝아트’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 간 교수는 “예술·문화와 패션이 만나는 기회로 캐릭터 상품이 활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캐릭터 넣으면 브랜드 알리기 쉬워



요즘 캐릭터는 브랜드 로고를 대신한다. 캐릭터만 보면 어떤 브랜드인지 알 수 있을 정도다. 트루릴리전의 ‘부처상’, 홀하우스의 스머프 등이 그런 예다. 모두 글자나 상표보다 생동감 있고 친숙해 보이는 캐릭터로 브랜드를 알렸다.



최근 국내에 론칭한 캐주얼 브랜드 지바이게스(G by Guess)는 아예 처음부터 캐릭터를 앞세웠다. 사과와 부엉이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 로고를 대신했다. 이런 ‘캐릭터 마케팅’은 기존 브랜드도 마찬가지. 카이아크만은 영어로 쓰인 로고가 읽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해 올봄 새로운 캐릭터를 개발했다. 박쥐를 응용한 캐릭터로 만들어 디자인에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로고 대신 캐릭터가 힘을 얻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연예인 의상을 협찬하는 스타 마케팅 전략이 쉽기 때문이다. 카이아크만 조혜옥 디자인 팀장은 “방송에서 글자 로고를 내세우면 노출이 제한되고 보는 사람도 거부감이 든다”면서 “캐릭터는 크기가 커도 그림으로 보여 직접적인 홍보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홀하우스의 야구모자, 카이아크만의 야상점퍼 등은 방송 중 캐릭터 노출이 그대로 되면서 핫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정장과 섞어 입어도 멋스러워



캐릭터 아이템이라고 캐주얼한 옷에만 짝지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잘못 입으면 얼굴 나이와 맞지 않는 옷차림이 될 수 있다. 오즈세컨 채진숙 디자인실장도 “캐릭터가 들어간 옷일수록 캐주얼하게 입지 말라”고 조언한다. 보통 캐릭터 티셔츠는 청바지와 편하게 짝짓기 마련이지만 차라리 정장과 섞어 입는 게 낫다. 채 실장은 “클래식 롱스커트나 바지 수트를 맞춰 입으면 답답한 느낌을 없애면서도 격식을 갖춘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액세서리도 활용하면 좋다. 티셔츠는 흔히 밖으로 꺼내 입는 경우가 많지만 타이트한 스커트 속에 넣어 입고 벨트를 하면 단정해 보이면서도 색다른 분위기가 연출된다. 또 캐릭터 티셔츠·반바지를 등산복과 짝짓는 것도 아웃도어룩을 평상복처럼 활용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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