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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의 전쟁사로 본 투자전략] 1968년 북베트남 구정 대공세

중앙일보 2011.06.15 00:08 경제 10면 지면보기



대의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구정은 온 가족이 모여 조상을 기리는 동양 최대의 명절이다. 그러나 1968년 베트남의 구정은 축복받은 명절이 아닌 참혹한 전쟁의 일부분으로 기억되고 있다. 구정을 틈타 감행된 공산군의 기습공격으로 그해 3월까지 사실상 남베트남 전역이 전쟁터로 돌변했기 때문이다. 공세 첫날 밤 사이공의 미국대사관이 유린당했고 베트남의 유서 깊은 도시인 ‘후에’는 공산군에 일시 점령당했다.



 순수하게 전술적 측면에서 본다면 ‘구정 대공세’는 공산군의 대실패였다고 말할 수 있다. 기습에 성공했음에도 일부 국지적인 전과를 제외하고는 공산군은 전반적으로 목표를 신속하게 장악하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남베트남군과 미군을 주력으로 한 연합군이 대규모 반격에 나서면서 공산군 측은 막대한 사상자를 남긴 채 다시 정글로 쫓겨갔다. 이 전투를 계기로 소위 ‘베트콩’의 기반이 크게 약화됐으니, ‘전투의 성과’라는 측면에서 보면 남베트남의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구정 대공세’로 북베트남은 전략적 성과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베트남 전쟁에 대한 미국 여론의 흐름에 ‘구정 대공세’가 매우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전쟁의 참상을 앞다퉈 중계하는 뉴스를 보며 베트남 전쟁에 대한 미국인의 여론은 ‘우방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정의로운 전쟁’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미국의 아들들이 죽어나가는 무익한 전쟁’으로 변해갔다. 미국 국민의 마음속에 베트남 전쟁의 ‘더럽고 추악한 측면’을 일방적으로 부각시킨 것이 바로 ‘구정 대공세’였던 것이다. 자국 국민의 희생을 강요할 만한 ‘대의명분(大義名分)’을 잃어버린 미국 행정부가 택할 수 있는 대안은 가능한 한 명예롭게 발을 빼는 것 외에는 없었다.



 상장기업에 있어 가장 절대적인 대의명분은 ‘주주가치의 증대’다. 기업 활동이 ‘주주가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낙인찍혀 버리면 주가가 갈 수 있는 방향은 ‘아래쪽’, 단 한 방향뿐이다. 주주의 관점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무리한 설비투자나 신규사업 진출,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기업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이유도 다 여기에 있는 것이다.



 상장종목을 찬찬히 살펴보면 상당히 우수한 재무구조와 자산가치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주가는 매우 저평가된 상태로 거래되는 기업을 발견하곤 한다. 그러나 기업이 아무리 많은 ‘가치’를 가지고 있더라도 그 가치를 주주를 위해 쓰지 않는다면 소용없는 일이다.



 결국 몇 년 동안 ‘주주가치 증대’를 위해 기업이 한 일이 도통 눈에 띄지 않으니 누구도 버려진 ‘가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다. 주주가 ‘더 이상 이 기업의 주식을 가지고 있을 이유’를 찾지 못한다면 단기적인 실적이나 성과가 어떻게 됐든 간에 그 기업이 발행한 주식에 관심을 가질 투자자는 없기 때문이다.



김도현 삼성증권 프리미엄상담1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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