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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쟁 때도 꿈쩍 않던 핵심생산층이 줄었다

중앙일보 2011.06.15 00:00 종합 34면 지면보기
드디어 올 것이 왔다. 통계청의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경제활동의 중추(中樞)를 이루는 25~49세의 핵심생산가능인구(핵심 생산층)가 1953만여 명으로 떨어졌다. 5년 전보다 36만 명 이상이 줄어든 것이다. 핵심생산층의 감소는 49년 인구조사를 한 이후 처음이다. 수백만 명이 희생된 한국 전쟁 기간에도 꿈쩍 않던 핵심생산층이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인구시계가 거꾸로 도는 것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8년 후에는 절대 인구 자체가 감소한다.



 핵심생산층 감소의 결정적인 배경은 저(低)출산이다. 여성의 합계 출산율(평생 동안 낳는 평균 자녀수)이 70년 4.53명에서 지난해 1.22명으로 떨어졌다. 여기에다 55~63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들이 핵심생산층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인구 감소는 엄청난 사회·경제적 충격을 동반한다. 생산성 하락과 소비 위축으로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잠재성장률이 낮아진다. 일하는 사람은 줄고 복지·의료 지출이 늘면서 재정수지는 악화된다. 국민연금도 50년 후에는 모두 고갈된다. 사회보장의 양대 축인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이 인구 재앙으로 쑥대밭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인구 변동은 나라살림의 기본이자 미래 국가전략의 출발점이다. 인구 감소가 급격히 진행되면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이 불가능하다. 전반적인 생활 수준 자체가 몇 단계 아래로 주저앉을 수 있다. 자산시장도 돌이킬 수 없는 변곡점을 맞게 된다. 주력 주택구매계층(35~55세)이 줄면 가계 자산의 80%가 몰려 있는 부동산시장에 악(惡)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단카이세대(46~49년생)가 은퇴하면서 부동산 거품이 붕괴된 일본과 똑같은 길을 걷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그동안 우리는 인구 감소의 공포에 일부러 눈을 감아오지 않았는지 되짚어 봐야 한다. 직장 여성들에게 인센티브만 주면 저출산을 저지할 수 있다는 얄팍한 경제논리에 빠져 있지 않았는가. 정부가 육아와 교육에 돈을 듬뿍 풀면 된다는 사회복지적 편견은 없었는가. 낙태만 근절하면 인구 감소가 해결될 것이라는 착각은 없었는가. 만혼(晩婚)과 비혼(非婚)이 보편적 사회 현상이 된 지 오래다. 이미 전국 지자체 중 신생아보다 사망자가 많은 곳이 절반에 가깝다. 인구 정책은 웬만한 처방이 듣지 않는 가장 골치 아픈 문제다. 출산 장려금이나 보육비를 보태 주는 미온적인 대책으론 결코 풀 수 없다.



 저출산과 인구감소는 국가 쇠망(衰亡)의 가장 분명한 조짐이다. 좌·우 이념이나 세대 차이를 떠나 우리 공동체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다. 그것도 먼 훗날의 일이 아니라 발등의 불이다. 나라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출산·육아·교육은 물론 가족과 결혼에 대한 가치관까지 모두 바꾸는 종합적인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 미래 세대에게 서둘러 확실한 희망과 비전을 제시해야 인구 감소에 제동을 걸 수 있다. 머뭇거리거나 망설여서 될 문제가 아니다. 이대로 가면 이민자로 득실대거나 나라가 활력을 잃을 운명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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