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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실 대학 유지 위해 국민 세금 샌다

중앙일보 2011.06.15 00:00 종합 34면 지면보기
교육과학기술부가 2009년 지정한 13개 경영 부실 대학의 학교 운영 실태는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상당수는 ‘대학이라고 할 수 없는 대학’의 전형으로 봐도 무방하다. 신입생 충원율이 39%에 불과해 강의실이 절반 이상 남아도는가 하면 시설 투자를 못해 폐허 분위기를 방불케 하는 대학도 한둘이 아니다. 학생 모집이 어려워 온갖 편법과 불법을 동원해 자퇴생이나 교직원 가족 같은 허위 학생을 등록해 대학 간판을 유지하기도 했다. 이러니 강의가 절반 이상 이뤄지지 않거나 출석 조작으로 학점을 주는 등 학사관리가 엉망이기 십상이다.



 이런 대학들에 정부는 2007년부터 3년간 국고보조금 126억6000여만원을 지급했다. 세금이 부실 대학 유지 비용으로 줄줄 샌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대학 등록금 인하를 위해 정부 재정이 지원되면 이런 부실 대학들을 계속 연명시키게 된다는 점이다. 비단 이 대학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7년부터 대학 정원이 고교 졸업자 수보다 많아짐에 따라 정원을 못 채워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실 대학이 속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등록금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정부 재정 지원에 앞서 부실 대학 퇴출 등 대학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 문 닫아야 마땅한 부실 대학을 정부 재정으로 살려주는 건 세금 낭비이며 전체 대학 경쟁력을 갉아 먹는 일이다. 정부는 13개 부실 대학이 학교 경영을 정상화하지 못하면 강제 폐쇄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그러나 강제 폐쇄 전례가 없을뿐더러 사립학교법상 문 닫는 대학의 잔여 재산이 국고로 귀속되는 상황에선 대학이 반발할 게 뻔해 부실 대학 강제 폐쇄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부실 대학이 스스로 문 닫을 수 있도록 퇴출 경로를 열어주는 게 정답이다. 마침 여야 정치권 모두 등록금 인하는 대학 구조조정과 병행해야 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만큼 어려운 일도 아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사립학교법 개정안 등을 조속히 통과시켜 문 닫는 대학 잔여재산의 일부를 설립자에게 돌려주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등록금 인하의 전제 조건이며 대학 경쟁력 확보의 필수 요건인 부실 대학 퇴출은 이제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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