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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수부 존폐가 사법개혁 전부 아니다

중앙일보 2011.06.15 00:00 종합 34면 지면보기
대검 중앙수사부가 그대로 유지된다. 중수부의 존폐(存廢) 논란은 일단 없던 일이 됐다. 중수부 문제의 벽에 부딪혀 특별수사청 설치, 대법관 증원, 양형기준법 제정 등 이른바 4대 쟁점은 모두 무산됐다. 이들 사안을 다뤄온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는 이달 말 활동을 접는다. 1년4개월 동안 소리만 요란했지 빈 수레로 끝나는 모양새를 부인할 수 없다.



 중수부 존폐가 중요하지만 사법개혁의 본질은 아니다. 정치권이 중수부 존폐라는 정치적 이슈에 매달리는 바람에 국민에게 사법개혁의 상징처럼 과도하게 부각된 측면이 있다. 중수부는 국민이 신뢰하면 존치하고, ‘정치 검찰’의 낌새를 보이면 없애면 그만이다. 중수부에 연계시켜 사법개혁의 틀 전체가 흔들린 점은 그래서 아쉽다.



 사법개혁의 단초는 법원의 ‘이념 편향 판결’이 지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초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의 ‘공중 부양’ 사건, 전교조 시국선언 등에서 나온 무죄 판결은 ‘기교(技巧) 사법’ ‘사법 정치’라는 비판을 불러왔다. 이를 등에 업고 출범한 사개특위는 지난 3월 4대 쟁점을 비롯해 법조일원화(法曹一元化, 경력법관제), 경찰 수사개시권 명문화, 검찰시민위원회 설치 등 광범위한 개혁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저축은행사건에서 정치인의 이름이 거론되는 시점에 중수부 폐지를 밀어붙이는 악수(惡手)를 뒀다. 결국 역풍을 맞고 사법개혁은 좌초하게 됐다.



 4대 쟁점은 물거품이 됐지만 사개특위에서 합의한 나머지 14개 법안은 6월 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경찰 수사개시권 명문화, 피의사실 공표죄 확대 등의 문제도 중수부 존폐 못지않게 민감하다. 특히 경륜 있는 법조인을 판사로 임용하는 법조일원화는 사법개혁의 촉매제였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도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려 있다. 사법개혁이라는 거창한 구호가 누더기가 된 감이 없지 않다. 그렇다고 나머지 법안들이 얼렁뚱땅 넘어가게 놔둬선 안 된다. 판검사 출신에 대한 전관예우를 금지한 변호사법 개정이란 결실은 국민 관심 속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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