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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미 항공서비스 진입장벽 제거의 교훈

중앙일보 2011.06.15 00:00 경제 8면 지면보기






유복환
기획재정부 성장기반정책관




‘포획이론’(capture theory)이라는 것이 있다. 특정 단체가 전문성 등을 이유로 정부를 설득해 필요로 하는 규제 장치를 확보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각종 진입장벽은 이해당사자가 정부가 가진 자원 배분의 강제력을 포획한 결과다. 예를 들어 이발사 단체가 미숙한 이발사로부터 소비자인 국민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자격에 대해 까다롭게 해 달라고 정부를 설득하는 경우다. 정부가 이 단체의 논리대로 높은 진입장벽을 만들어 이발소가 많이 생기지 못하게 한다면 결과적으로 이발비가 올라가 기득권을 가진 이발사들에게 유리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소비자는 왜 가만히 있을까. 경제학자들은 개인의 ‘합리적 무시’(rational ignorance)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특정 협회, 단체의 구성원은 큰 이익을 누리게 되지만 국민 개개인은 자신에게 돌아오는 피해가 큰 것은 아니므로 바로잡으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일자리다. 이발소를 창업하는 데 최소 10년 이상 자격자만 가능하다고 한다면, 참신한 아이디어와 젊은 감각으로 창업에 도전하려는 이발사는 자격증을 딴 후 10년을 기다려야 한다. 10년이면 젊고 유능한 이발사가 전국체인을 가진 이발소로 성공하든지, 이발사가 아닌 다른 직업을 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서비스산업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미래 성장의 원동력이다. 따라서 현 정부 들어 서비스 분야 일자리 창출방안과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을 여러 차례 마련했으나 눈에 보이는 성과는 크지 않았다. 진입 규제의 울타리를 열어젖혀 ‘포획’을 풀어주는 일이 만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울타리를 지키고자 하는 노력은 크기 마련이다. 소비자인 국민이 ‘합리적’ 무시로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노력이 없는 한 울타리의 높이를 조금 낮추는 것마저도 쉬워 보이지 않는다.



 최근 5년간 일자리는 100만 개 정도 늘어났다. 농림어업 부문과 제조업은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들었고, 서비스산업에서만 일자리가 늘었다. 미국에서는 일자리 10개 중 8자리가 서비스산업에서 나온다. 제조업의 여덟 배다. 40년 전인 1970년대 미국 서비스산업의 비중은 지금의 우리나라 수준과 비슷했다. 당시 미국은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대대적인 ‘포획’ 풀기인 규제완화 정책을 시행했다.



 항공 서비스산업의 경우 당시까지만 해도 소수의 항공사가 노선을 독점했다. 그러나 78년 ‘항공규제완화법’을 도입해 새로운 항공사의 신규 시장 진입을 허용하고, 노선 독점도 폐지했다. 항공 서비스산업에 철저한 경쟁을 도입한 획기적인 조치였다. 이러한 변화에 항공 서비스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시장의 규모가 커져 일자리는 50% 증가했고, 요금도 3분의2 수준으로 내려갔다.



 우리 경제가 당면한 여러 가지 어려운 과제가 있다. 가계대출 문제, 양극화 문제, 청년실업 문제, 복지 문제 등이다. 이러한 과제를 상당 부분 해결하는 방법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일본·영국·독일 등 우리의 경쟁국들은 서비스산업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달려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서비스산업 육성은 뻘밭에서 경주하는 듯 전진하기가 힘에 부친다. 서비스산업의 선진화 추진에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갖고 추진동력을 강화해야 한다. 서비스산업 육성은 국가의 생존전략이다.



유복환 기획재정부 성장기반정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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