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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김지석, 비마(飛馬)에 놀라다

중앙일보 2011.06.13 00:18 경제 19면 지면보기
<준결승 2국> ○·김지석 7단 ●·구리 9단











제15보(168~189)=170과 171은 맞보기. 176은 역끝내기 4집 반(9집)이니까 반상 최대다. 이것으로 여전히 백승의 바둑이고 변화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변수가 없던 판 위에 희미한 변수 하나가 생겼다. 가만있으면 될 김지석 7단이 스스로 만든 변수인데 바로 백△ 두 점의 공배가 메워진 것. 이것이 철옹성 같은 백의 승리에 어떤 균열을 가져올 것인가.



 구리 9단이 179로 치중한다. 가면이라도 쓴 듯 무표정한 얼굴. 하지만 가면 뒤의 고통이 손에 잡힐 듯 느껴진다. 180 응수하자 181,183. 끝내기의 맥점이다. 184로 넘는 수를 방지하자 185의 호구. 많이 보는 진행이다. 이제 백이 A로 받는 수는 누구나 예측 가능하다. 그것으로 백승은 안전해 보인다. 그런데 이상하다. 김지석 7단의 눈은 멀리 186을 두며 딴 데를 헤매고 있다. 결국 떨어진 수는 188. 5집 반짜리다. 좌변은 ‘참고도’에서 보듯 흑1로 젖혀 이을 수 없다. 따라서 단순히 A로 하나 젖히는 정도라면 선수 2집(4집) 내기에 불과하다고 김지석은 생각했다.



 하지만 착각이다. 구리는 암흑 속에서 한줄기 빛을 발견한 사람처럼 눈을 반짝이더니 A가 아닌 189로 달려간다. 이 비마에 김지석은 비명을 지를 듯 놀란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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