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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은 죽었나

중앙일보 2011.06.12 18:01
6월 모의평가가 끝난 후 수험생들은 자신의 성적을 평가하고 이후의 학습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쉬운 모의평가’가 가져다 준 허탈감과 분노 속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6월 모의평가,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EBS 연계율 70%는 공교육 무시한 출제

 평가원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모의평가는 70%의 문제를 EBS와 연계했다. 언어 50문항 중 36문항, 수리 가·나형 30문항 중 21문항, 외국어 50문항 중 35문항을 연계했다고 한다. 오른쪽 두 표를 보고 나면 이번 모의평가가 역대 어떤 수능보다도 쉬운 시험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모의평가는 역사상 가장 많은 만점자를 낼 것이며 역사상 가장 높은 1등급 구분점수를 기록할 것이다.



 학생들은 평가원이 EBS 문제를 그대로 냈다는 사실에 허탈해했다. EBS가 언제부터 평가원의 경전이었는가? 평가원이 언제부터 EBS의 부속기관이었는가? 교과서와 기출문제를 최고의 수능 교재로 여기며 공부해 온 학생들은 좌절했다. 상위권과 하위권이 한 문제의 실수로 뒤바뀌는 시험에 대해 분노했다. 항의하는 수험생들에게 “이번 6월 모의평가는 출제진들이 의도한 대로 출제됐고 기대한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9월 모의평가나 수능출제의 기본 관점이나 방향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답변한 평가원장님께 다시 한번 묻고 싶다. “책상 앞에서 청춘의 시간을 인내하고 있는 이 나라의 미래인 학생들에게 어찌 ‘사소한 실수 하나가 당신의 인생을 결정한다’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가?”



평가원이, 나아가 교과부가 원하는 이 나라의 교육은 대체 어떤 것인가?



 소위 ‘물수능’이 되면 시험의 변별력이 없어진다. 정시는 혼란에 빠진다. EBS 중심으로 출제하게 되면 교과서를 중심으로 공부하는 공교육은 무너지고 만다. 선생님들은 교과서 대신 EBS 교재로 수업해야 할 것이다.



 또한 수능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정시가 혼란에 빠지면 많은 학생들은 수시에 눈을 돌리게 된다. 이미 수십 대 1에 달하는 수시 모집 경쟁률이 더욱 높아진다. 수시 모집에 지원하려면 수험생들은 논술, 공인어학성적, 스펙 등 수시 지원에 필요한 자격 요건을 갖추기 위해 학교가 아닌 학원을 찾아야 한다.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이 커지고 학생들은 학교 공부 외에 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진다. 학교에서 소화하지 못하는 영역이 많아질수록 사교육은 양산된다. 이런 상황이 평가원과 교과부에게는 정말 보이지 않는 것인가?



 수능은 죽었다. 수능이 죽으면 이 나라 교육도 죽는다. 평가원과 교과부는 이 나라의 미래인 수험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김찬휘의 마음을 담은 멘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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