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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과목선이수제, 진학·진로 탐색 길잡이

중앙일보 2011.06.12 17:58



과학 실험, 영어 글쓰기 수업… “고교 방학 땐 나도 대학생”





대학과목선이수제(이하 선이수제)가 대학 진학·진로를 모색하는 한 대안이 되고 있다. 고교 교육과정에서 특정 교과를 대학 기초학문 수준까지 심화 학습한 경험이 진로 선택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학교생활기록부에도 기록할 수 있어 지원 전공분야에 대한 재능을 보여주는 포트폴리오의 한 요소로도 활용할 수 있다.



궁금증 풀어준 교수와의 인연이 진로 이정표 돼



 성균관대 화학과 1학년 신혜수(20·여)씨는 선이수제를 활용해 진학진로 방향을 찾았다. 서울 정의여고 2학년 때 선이수제 강의로 서울대에 개설된 일반화학실험과 일반화학을 신청했다. 당시 담임교사는 만류했다. 대학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여서 학업부담이 가중 될 것을 염려했기 때문.



 신씨는 “각종 화학물질의 합성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았는데 도서관을 가도, 교사에게 물어도 해답을 찾지 못해 답답하던 마음을 해결하고 싶었다”며 선이수제 신청 동기를 말했다.



 여름방학 4주 동안 서울 강북에 있는 집에서 서울대까지 버스와 지하철을 두 번씩 갈아타며 오갔다. 오전 7시에 집을 나서 오후 6시가 돼서야 집에 돌아왔다. 이어 새벽까지 보고서를 매일 썼다. 과학고가 아닌 일반고 학생에겐 생소한 경험이었다. 신씨는 “계산을 반복해도 실험오차가 5%를 넘어 수업을 함께 듣는 짝에게 새벽 2시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더니 나랑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신씨는 선이수제 강의 듣는 재미에 푹 빠져 힘든 줄 몰랐다. 그는 “고교 실험수업은 화학반응 위주로 진행되고 실험결과가 교과서 내용과 같은지 여부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며 “그러나 대학에선 소수점 넷째 자리까지 데이터를 정확히 구하려고 같은 실험을 반복할 때마다 새로운 결론을 도출해야 했다”고전했다. 고교 교과서 시각에서 벗어나 물리학·천문학을 아우르는 관점으로 화학이론을 분석하는 수업도 인상적이었다.



 신씨는 ‘물이 거꾸로 흐를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에 이를 연구한 서울대 김성근 교수를 찾아갔다. “다른 교수들이 어렵다며 기피한 연구주제”라는 김 교수의 칭찬은 이후 신씨가 대학 전공을 정하는 데 한 역할을 했다. 하루2~3시간도 자기 어려운 강행군 수업이 2주째 되자 짜증과 피로가 몰려왔지만 화학을 공부하고 싶은 탐구욕은 더 커졌다. 신씨는 “대학입시에 쫓기는 고교생활에서 진로에 이정표를 보여준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대학 적응력 키우고 학점도 인정받아



 선이수제는 대학 공부에 적응하는 인큐베이터이기도 하다. 경희대 무역학과 2학년인 김현수(20·여)씨는 대학입시를 끝낸 3학년 겨울방학을 경희대에서 선이수제를 수강하며 보냈다. 글쓰기, 리딩 앤 디스커션(Reading and Discussion) 2개 강의를 신청했다. 고교 교육과정이 대학입시 준비 위주로 운영돼 글쓰기 능력을 키우기 어려운 점을 보완하려고 시작했다. 토론과 보고서 작성이 많은 대학 수업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아침부터 오후 3시까지 연이어 두 강의를 들었다. 글쓰기는 교수가 주제를 주면 작은 분량의 논문을 작성하는 수업이다. 팀별 과제도 주어져 친구들과 토의하며 보고서를 쓰기도 했다. 리딩 앤 디스커션은 외국인 원어민 교수에게서 영어로 글을 읽고 토론하는 것을 배우는 수업이다.



 시사·역사·문화 등을 주제로 한 다양한 유형의 영어 글을 읽고 영어로 토론·발표한다. 김씨는 “수강생 수가 15명 안팎이어서 모두에게 읽기와 발표 기회가 돌아갔다”며 “교수와의 1대 1 멘토링이 이뤄져 의사소통능력과 영어 구사능력도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수한 수업은 경희대의 필수교과로 지정돼 있어 입학 뒤 각각 3학점씩 모두 6학점을 인정받았다. 김씨는 “한 학기 동안 이뤄지는 수업을 한 달 동안 집중 수강해 몸은 힘들지만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대학수업에 대한 적응력도 키우고 대학 입학 후 학점으로도 인정받아 학습시간을 전공 공부에 더 할애할 수 있었다”며 만족해 했다.



대학과목선이수제=고교 교육과정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교과별 심화내용(대학 기초학문)을 방학기간 동안 대학에서 배우는 프로그램. 학생은 진학·진로 관련 분야와 전공에 대한 관심과 역량을 키우는 수월성 교육을 받을 수 있고, 대학은 대학 교육에 대한 학생의 조기 적응력과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고교-대학 연계 교육프로그램. 학점인정협약 대학으로 진학 시 이수한 강좌를 학점으로 일부 인정받을 수 있다.











[사진설명] 대학과목선이수제로 개설된 한양대 물리학실험에서 고교생들이 증기를 실험하고 있다.



<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r/사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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