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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서 20분 거리에 ‘한국판 베벌리힐스’ 부상

중앙선데이 2011.06.12 02:37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회장님 동네’로 소문난 서판교 고급 주택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경기도 판교신도시 운중동에 조성한 월든힐스 3단지의 전경. 미국의 건축가 마크 맥이 설계한 이 단지는 부자들이 모여 사는 고급 주택가인 ‘한국판 베벌리힐스’를 표방하고 있다. 성남=조용철 기자





지난 8일 오후 경부고속도로 서울 양재 나들목(IC)에서 차를 몰고 10분 정도 남쪽으로 내려갔다. 판교 나들목을 빠져나오자 2009년부터 입주가 이뤄진 판교신도시가 나타났다. 신도시에서 남쪽으로 조금 더 내려가니 남서울 컨트리클럽(CC)으로 가는 이정표가 보였다. 이정표를 쫓아가자 좁은 시골길을 따라 각종 식당과 골프용품점이 늘어서 있었다. 안쪽으로 더 들어가자 남서울CC에 못미처 단독주택 10여 채가 모여 있는 전원마을이 나타났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에 속한 마을 주변에는 숲이 울창하고 통행량은 드물어 한적한 분위기였다.



이 마을에서 유난히 크고 화려한 저택이 눈에 띄었다. 지난달 결혼식을 올린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집이었다. 연한 살구색의 벽채가 신혼 분위기와 잘 어울려 보였다. 집 주변에는 사람 키보다 훨씬 높은 담장을 두르고, 수상한 사람들의 접근을 막으려는 듯 군데군데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했다. 대문 앞에서 살짝 보이는 부분을 제외하고 밖에서는 집안을 볼 수 없는 구조였다.



분당구청 관계자는 “남서울CC 주변은 보전녹지지역이라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 건설은 제한되지만 지목이 대지인 경우에 한해 단독주택은 지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축물 대장을 살펴보니 정 부회장의 집은 지난해 신세계건설에서 4467㎡(약 1351평)의 대지 위에 지하 2층, 지상 2층으로 지었다. 지하층을 포함한 건물의 전체 면적은 2952㎡(약 893평)였다. 성남시에 따르면 지난 1월 1일을 기준으로 한 공시지가는 80억원(3.3㎡당 약 590만원)에 달했다. 일반적으로 단독주택의 공시지가는 실제 거래되는 땅값보다 낮은 수준이란 점을 감안하고 건축비를 합산하면 집값이 100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란 게 주변 부동산 업계의 관측이다.



남서울CC 입구에서 영업하는 파크힐부동산컨설팅의 강매순 대표는 “정 부회장이 집을 지은 뒤 ‘회장님 동네’로 소문이 나면서 주변 땅값이 많이 올랐다”며 “현재 시세는 대지 3.3㎡당 1000만~1200만원 선”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 집에서 남서울CC로 향하는 도로를 따라 1㎞ 정도 올라갔다. 골프장 입구를 지나자 ‘남서울파크힐 주택단지’가 나왔다.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하산운동에 속한 곳으로 20여 채의 고급 단독주택이 전원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이곳에는 문규영 아주그룹 회장, 이건영 대한제분 부회장, 이상훈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 윤주화 삼성전자 사장(최고재무책임자), 홍평우 신라명과 회장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살고 있다.



마을은 초여름 햇살에 반짝이는 초록빛 나무와 산으로 둘러싸여 마치 숲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었다. 마을 진입로에 있는 경비초소에선 차단봉을 설치해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했고, 편의점 같은 상점은 전혀 없었다.

집 크기나 형태는 제각각이었다. 건축물 대장을 보면 좁게는 660㎡(약 200평)에서 넓게는 2847㎡(약 860평)의 대지 위에 1층이나 2층으로 집을 지었다. 대개 2007~2011년에 건축됐지만 간혹 2003년이나 2004년에 지은 집도 있었다. 필지는 100여 개로 나눠져 있는데 아직까지 집을 짓지 않은 곳이 훨씬 많았다. 현재 공사 중인 집도 여러 채 눈에 띄었다. 공시지가는 3.3㎡당 500만원 수준이었다. 대지 660㎡짜리 집이라면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한 땅값이 10억원 정도란 얘기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입주자 가족은 “여름에도 주변의 산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공기도 맑아 휴양지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며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서울 강남까지 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아 출퇴근도 편리하다”고 말했다.



“기반시설 접근성 좋고 출퇴근도 편리”

남서울CC를 나와 서판교 지역으로 향했다. 판교신도시는 경부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동판교와 서판교로 나눠진다. 양해근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동판교가 전철 신분당선 판교역(하반기 개통 예정)을 중심으로 업무·상업 기능이 활성화됐다면 서판교는 상대적으로 저밀도로 개발돼 주거환경이 쾌적하다”고 말했다.













서판교의 대표적 타운하우스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운중동 월든힐스를 찾아갔다. 부자들이 모여 사는 고급 주택가인 ‘한국판 베벌리힐스’를 표방한 이지송 LH 사장의 야심작이다. 청계산 자락을 배경으로 1~3단지에 모두 300가구가 건설돼 지난해 말 입주를 시작했다. 국제 현상설계 공모를 통해 1단지는 핀란드의 페카 헬린, 2단지는 일본의 야마모토 리켄, 3단지는 미국의 마크 맥이 각각 설계를 맡았다. 1단지는 넓은 테라스에서 탁 트인 조망권, 2단지는 외관을 벽 대신 통유리로 둘러싼 개방감, 3단지는 알록달록한 상자를 겹쳐 놓은 듯한 외형이 특징이다. 단지 뒤쪽으로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가 지나고, 차로 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용인~서울 고속도로의 서판교 나들목이 있다.



1단지에 공동 설계자로 참여한 하태석 아이아크건축사사무소 공동 대표는 “한국적인 경사 지형을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살려 계단식으로 단지를 설계했다”며 “덕분에 앞집의 옥상이 뒷집의 마당이 되는 독특한 구조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분양 경쟁률은 1단지가 최고였으나 입주자들의 만족도는 3단지가 가장 높다고 한다. 3단지에는 홍성일 전 한국투자증권 사장과 류철호 한국도로공사 사장 등이 살고 있다. 분양가는 1단지의 109.64㎡짜리가 가장 싼 7억2620만원, 3단지의 207.43㎡짜리가 가장 비싼 14억3440만원이다. 현재 2~3단지의 일부 잔여세대에 대해 선착순 분양 중이다.



LH 판교사업본부의 최원석 과장은 “입주자들의 직업을 살펴보면 의사·변호사 같은 고급 전문직과 기업체 CEO나 임원이 많은 편”이라며 “이들은 답답한 도심에서 벗어나 공기가 맑은 곳에서 전원생활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예 시골로 내려가면 기반시설이 부족하고 서울로 출퇴근도 힘들기 때문에 교통이 편리하고 신도시 기반시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서판교를 선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K건설은 서판교에서 ‘아펠바움’이란 브랜드로 최고급 고객(VVIP)을 위한 단독주택 단지를 짓고 있다. 운중동 주민센터에서 동북쪽의 금토산 근린공원을 향해 10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판교 산운 아펠바움 현장이 나온다. 이곳에선 전용면적 176~311㎡의 단독주택 34가구를 분양 중이고 입주는 내년 상반기 예정이다. 가장 비싼 전용면적 310.18㎡(약 93.83평)의 80억원짜리 집은 지난해 말 아파트·빌라·단독주택을 통틀어 역대 최고의 분양가로 화제가 됐다. 과거 ‘부의 상징’으로 통하던 서울 도곡동의 타워팰리스보다도 30억원가량 비싸다. 산운 아펠바움은 가장 싼 집도 분양가가 30억원을 넘는다.



시행사인 SK디앤디의 장영신 과장은 “현장 방문 고객과 계약자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서울 강남이나 경기도 분당의 주상복합 아파트에 살고 있는 50대 기업 CEO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VVIP들이 선호하는 고급 주택의 흐름이 주상복합에서 전원형 단독주택이나 타운하우스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판교신도시 서쪽 경계선을 약간 벗어난 한국정신문화원 부근에선 고급 빌라촌인 판교 운중 아펠바움 28가구의 건설 공사가 한창이었다. 제주도 포도호텔 등으로 유명한 재일동포 건축가 이타미 준(한국명 유동룡)이 설계했다. 자연주의 건축을 추구한다는 그는 실내에 빛이 많이 들어오고 바람이 잘 통하도록 하기 위해 큰 창문을 달고 천장을 최대한 높였다고 한다. 주택 면적은 455~518㎡(약 137~156평), 분양가는 26억~35억원이다. 현재 잔여세대 선착순 분양 중이고 올 연말 입주 예정이다. 현장 뒤편으로 200m가량 떨어진 곳엔 구평회 E1 명예회장 저택이 있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연구소장은 “최근 서판교 일원이 신흥 부촌으로 떠오르는 것은 대한민국 부의 축이 남쪽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서울 강남의 기존 고급 주택가에 다세대·다가구 주택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서민들의 거주가 늘어나는 것도 일부 강남 부자의 서판교행을 자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남=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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