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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보조금 40% 줄자 대학 절반 “대폭 인상”

중앙선데이 2011.06.12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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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아닌 ‘세 배’ 등록금으로 홍역 치르는 영국







지난해 11월 영국 런던에서 약 5만 명의 대학생이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 등록금 논란은 세계 곳곳에서 현재 진행형이다. 유럽에서도 등록금 인상에 대한 찬반은 팽팽하다.



독일에선 이미 한 차례 홍역이 지나갔다. 중도우파 연합정권이 2005년 집권한 후 등록금을 부활시켜 학생 부담액이 500유로(약 78만4000원)에 이르자 학생들이 전국적으로 반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주는 등록금 부활 계획을 포기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이후 학생들의 대규모 시위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영국은 다르다. 영국 대학생들은 ‘반값 등록금’이 아닌 ‘세 배 등록금’ 때문에 거리로 나섰다.



잉글랜드 지역 124개 대학 가운데 절반이 내년 9월부터 1년 등록금의 상한선을 현 3290파운드(약 356만원)에서 9000파운드(약 1586만원)로 세 배가량 올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영국 정부가 대대적 긴축정책의 일환으로 2012년부터 대학 지원 보조금의 40%를 축소한다고 밝히면서 이뤄진 조치다. 영국은 1998년까지만 해도 대학교육이 무상으로 이뤄졌던 터라 충격은 더욱 컸다.



5만여 명의 대학생이 거리로 나섰지만 법안은 강행 처리됐고, 옥스퍼드대·케임브리지대 등이 내년부터 등록금을 9000파운드로 올리겠다고 당국에 신고했다. 상황은 일단락된 것 같지만 논란은 계속된다는 게 영국 현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시위를 주도했던 영국 전국학생연합(NUS:National Union of Students)의 언론 담당 윌 하울튼은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영국뿐 아니라 독일·프랑스·네덜란드 등 유럽 각지에서 대학 등록금 문제는 계속해 뜨거운 이슈”라며 “한국에서도 등록금 부담에 관한 논란이 있다는 것은 이 문제의 전 세계적 보편성을 대변한다”고 말했다. NUS 회장 애런 포터는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우리의 등록금 인상 반대 시위는 역사에 남을 사건으로 전례 없는 학생 간의 연대를 이뤄냈지만 정부의 강행을 막지 못한 것은 씁쓸한 일이다”며 “이제 많은 학생이 금전적 이유로 인해 고등교육은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여기게 될 것이다.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해 우린 계속 압력을 가해야 한다. 우린 곧 새로운 단계의 캠페인을 펼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영국에 비판적 목소리만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등록금 상한선을 철폐해 대학이 자유롭게 등록금을 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샘 보먼 애덤스미스연구소 교육 담당 연구원은 본지와의 전화·e-메일 인터뷰에서 “자유시장경제에서 등록금 상한선이라는 정부의 규제가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애덤스미스연구소는 영국의 보수파 민간 경제 싱크탱크다. 보먼 연구원은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대학 등록금 시장에도 작용하도록 하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를 폈다. “고급 교육을 받기 위해선 응당한 대가를 치르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라는 주장이다. 이는 NUS를 비롯한 등록금 인상 반대론자들과 접점 없는 평행선을 달린다.



영국에서 제기되는 등록금 논쟁은 팽팽하다. 찬반 양 당사자가 본지와의 전화 통화와 e-메일에서 제기한 논점을 종합, 인터뷰 형식으로 꾸몄다.



-한국의 반값 등록금 논란을 어떻게 생각하나.

▶보먼=학생 요구에 정부가 무릎을 꿇고 대학 등록금을 강제로 깎는다면 대학 교육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는 심정은 이해 가지만 무조건 정부와 대학에 부담을 떠안으라는 것은 무리다.



-영국의 대학 경쟁력이 높았던 때는 대학교육이 무상이었을 때 아닌가.

▶보먼=그 때문에 영국 정부의 재정이 악화됐다. 고등교육 재원을 정부 재정으로 충당하는 게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실제로 옥스퍼드대·케임브리지대에서 제공하는 대학 교육의 가치를 환산하면 등록금 상한선인 9000파운드를 훨씬 상회한다. 등록금 인상으로 대학 재정이 나아지면 교육의 질도 높아진다.



▶ NUS 우즈만 알리 부회장=등록금이 인상된 것은 정부가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을 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대학 잘못으로 등록금이 인상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잘못이다. 정부가 국정 운영을 잘못해 손실이 발생하자 그 결과를 학생들에게 뒤집어 씌우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잘하면 등록금이 인상될 이유가 없다.(알리 부회장은 최근 알자지라 방송의 토론 프로그램에서 보먼과 등록금 논쟁을 벌였다.)



-독일·프랑스는 여전히 국가 재정으로 대학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보먼=누가 무상 대학교육을 마다하겠는가. 그러나 지난 수년간의 세계 대학 순위에서 프랑스·독일의 대학들은 미국·영국의 대학들보다 뒤처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무상으로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학과 대학생들이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를 못 느끼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알리=국가 재정이 악화됐다고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를 깎은 유럽 국가는 영국과 루마니아뿐이다. 오히려 경제가 어려울수록 미래를 위한 교육에 더 투자해야 하는 게 맞다.



-대학 등록금을 지원하면 비진학자를 차별하는 것이란 주장은 어떻게 생각하나.

▶보먼=영국에선 대학 진학률이 40%가량인데도 대학 교육을 국가 재정, 즉 전체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혜택엔 결국 비용이 든다. 일부가 혜택을 받으면서 전체가 그 비용을 내는 것은 불공정하다.



▶알리=청년 실업이 전 세계적 문제인 지금, 등록금 부담마저 가중된다면 교육에서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형편이 어려워 고등교육의 기회를 엄두도 내지 못하는 학생이 늘어난다. 그러므로 지원하는 것이 당연하다.



▶포터 NUS 회장=대학 교육 비용을 ‘특권이니까 비싼 등록금은 당연할 것’이라는 추측으로 산정하는 건 옳지 않다. 대학 졸업 뒤 벌어들이는 소득에 대한 세금으로 비용을 치르도록 해야지 등록금부터 높이 매기는 건 순서가 잘못됐다. 결국 현재 대학생 세대는 자신들의 잘못이 아닌 경기 불황으로 취업은 안 되고, 높은 등록금으로 인해 빚더미에 올라 앉게 될 것이다.(이상은 그의 블로그에서 인용.)



전수진 기자 sujin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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