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일주일 새 벌어진 이 해프닝은 정부의 일처리 방식이 뭐가 문제인지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우선 정부 부처가 청와대 입장과 다르게 움직인 걸 이해하기 어렵다. 진 장관이 대통령의 의중을 잘못 파악한 건지, 알면서도 자기 주장을 한 건지 모르지만 어떤 경우든 한심하다.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하면 진 장관은 방침을 밝히기 전에 당연히 청와대와 사전 협의를 했어야 했다. 청와대도 복지부에 분명하게 지침을 내려 혼선을 막았어야 했다. 정부 내에서도 소통이 안 되는데 국회와 이익단체를 설득할 수 있겠는가.
‘OTC 수퍼 판매’를 다시 추진한다는데 진 장관이 이 일을 성사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의사와 약사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고, 국회 내에서도 반대가 많아 산 넘어 산이다. 복지부 장관이 중립적인 입장에서 국민의 편익만 따지면서 추진하고 있다는 인상을 줘도 될까 말까 한 일이다. 그런데 진 장관은 이미 ‘약사 편’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다. 올해 초 지역구 약사회 모임에 나가 “여러분이 걱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OTC 수퍼 판매’ 문제를 놓고 약사와 의사·국회·시민단체 등이 뒤엉켜 충돌을 빚을 게 뻔하다. 진 장관이 어떤 입장을 취해도 영이 서기 어렵다. 일이 되도록 하려면 신뢰를 잃은 복지부 장관을 교체하는 게 순리다. 정권 후반기의 레임덕을 막고, 국정 현안을 차질 없이 마무리하기 위해서도 강하고 일사불란한 추진력이 필요한 시점이라서 더 그렇다.
그동안 김근태·유시민·전재희·진수희 등 정치인들이 복지부 장관에 임명돼왔다. 이것도 문제다. 복지는 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데 자칫 포퓰리즘으로 흐르기 쉬운 분야이기도 하다. 이런 부서의 정책 책임자에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치인을 앉히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이명박 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영리 의료법인 도입 등 서비스업 선진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전재희 장관의 벽에 막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정부는 서비스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입만 열면 떠드는데 그렇다면 복지부부터 다스려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