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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만 신경 쓰는 대학들

중앙선데이 2011.06.11 22:58 222호 35면 지면보기
최근 한 달간 최대 화두(話頭)는 이른바 ‘반값 등록금’이다. 지난 5년간 대학 등록금 인상률(30%)은 물가상승률(16.1%)의 두 배 가까웠다. 갈등의 싹은 이미 자랄 대로 자란 것이다. 4월 12일 ‘전국등록금네트워크’가 반값 등록금 릴레이 1인시위에 돌입했다. 지난달 29일부터는 ‘반값등록금’ 촛불집회가 계속된다.

등록금 문제의 심각성은 야당뿐 아니라 정부·여당도 공감하고 있다. 정치적 합의의 여건은 무르익고 있다. 여야가 내놓은 대안의 공통점은 정부의 재정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학 등록금 총액은 11억~12조원이다. 따라서 반값 등록금을 하는데 필요한 예산은 대략 6조원 안팎이다. 이 정도 재원은 여야가 각각 발의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을 합의 처리하면 가능하다.

그러나 국민은 왜 대학은 가만히 있느냐고 따지고 있다. 일부 대학은 구조조정을 하는 게 불가피한데 반값 등록금 분위기에 편승해 국민 혈세로 그런 대학들에까지 혜택을 주는 게 과연 옳으냐는 것이다. 따라서 무작정 혈세를 쏟아붓기 전에 각 대학이 재단 전입금을 확충하고, 10조원에 이르는 적립금을 활용한 등록금 인하 조치들을 단행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자구 노력도 안 하면서 지원만 받게 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중앙일보가 심층 보도하고 있는 대학재단과 교수·교직원들의 문제점들은 이런 국민적 정서와 분위기를 반영한 것일 게다.

불행히도 대학당국의 반응은 여전히 부정적이고 소극적이다. 9일 민주당 의원들과 의 간담회에서 대학총장들은 정부의 재정지원을 요구했다. 동시에 수조원에 달하는 주요 사립대의 적립금 문제를 비판하는 언론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총장들은 기부금 입학제 등을 거론했지만 정작 등록금 인하를 위한 대학당국의 책임 있는 조치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이 없었다. 어느 대학 총장은 “등록금을 내리기 위해 적립금을 지출하면 새로운 첨단 건물 등에 써야 할 돈이 없어진다”며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대학에 첨단 건물을 세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것 아닌가. 대한민국 대학들이 건물이 부족해 교육을 제대로 못 시켜 왔는가. 등록금 부담에 허리가 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위해 등록금을 낮춰주는 게 건물을 짓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 아닌가. 외국의 명문 대학들은 화려한 건물 순으로 순위가 정해지는가. 대학 적립금 중 장학금 비중이 낮다는 비판은 잘못된 것인가.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대학당국은 이런 문제에 먼저 답해야 한다.

물론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의 투자는 더 확대돼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평균 GDP의 1.2%를 고등교육에 투자한다. 반면 한국에선 0.6%에 불과하다. 정부도 이런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치권도 등록금 인하 문제가 ‘포퓰리즘’ 논란에 시달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야당의 문제 제기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것이고, 여당도 마지못해 끌려가고 있을 뿐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등록금 문제는 이미 2001년부터 전체 대학의 문제로 불거져 왔다. 그러나 10년 동안 대학 스스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이나 정책당국과 소통했다는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마구잡이로 등록금을 올리는 손쉬운 길만 걸어왔다.

등록금 문제는 학생·학부모든 대학이든 혹은 정치권이나 정부든 혼자 해결할 수 없다. 이것은 총체적인 문제다. 젊은이들에게 경쟁력과 꿈과 미래를 주는 것과 관련이 있다.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대학당국이 총체적인 위기의식을 가졌으면 한다. 이 문제를 놓고 정치적으로 주판알만 굴리다간 자칫 모두 공멸한다.



이은재 미국 클레어몬트대 행정학 박사. 건국대 행정대학원장, 중앙인사위원회 위원,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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