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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위한 선제공격론 만들어 반테러 전쟁 뒷받침

중앙선데이 2011.06.11 21:58 222호 32면 지면보기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8년간 미국의 외교·국방정책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끼친 세력이 있었다. 신보수주의자(Neo-Conservative)들이다. 약칭 ‘네오콘’으로 부른다. 이들은 특히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 등 ‘테러와의 전쟁’을 기획하고 수행하면서 미국의 일방주의(Unilateralism)를 부추겨 국제사회의 눈총을 받았다.

박재선의 유대인 이야기 네오콘의 시조 레오 슈트라우스

미국의 전통보수주의와 신보수주의의 차이는 간단하다. 전통보수주의는 국제관계에서 과거 유럽식 제국주의를 배격하고 고립주의를 지키면서 피동적으로 미국의 안전과 이해를 지키는 것이다. 반면 신보수주의는 세상 모든 것에 적극 개입하는 것이다. 네오콘들은 미국적 가치를 전 세계에 확산해 미국을 중심축으로 한 ‘팍스 아메리카나’ 구도를 고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만약 이에 대항하는 세력이 있다면 선제공격도 불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네오콘의 시조는 레오 슈트라우스(Leo Strauss·사진)다. 1899년 독일 헤센주의 조그만 마을에서 태어났다.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영향을 받은 그는 젊은 시절 한때 트로츠키 성향의 극좌파이며 시온주의자였다. 함부르크대학에서 에른스트 카시러 교수의 지도하에 박사학위를 받은 슈트라우스는 프라이부르크대학에서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와 교류하면서 그에게서 철학을 배운다. 나치의 유대인 박해를 예감한 그는 프랑스를 거쳐 영국에 잠시 이주했다. 1935년에는 케임브리지대학 강사 자리를 얻는다. 1936년 미국에 정착한 슈트라우스는 동부 여러 대학에서 사회학과 정치철학을 강의하다 1949년부터 시카고대학에 자리를 잡는다.

“영구적 전쟁 통해 사회적 혼란 예방해야”
슈트라우스는 독일 최초의 공화국인 사회민주주의 바이마르공화국(1919∼33년)의 방임적 자유민주주의가 결국 나치를 태동시켰다고 보았다. 그래서 그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선 강력한 국가 통치력을 바탕으로 외부 위협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일 네오콘 논리의 근간이 된 ‘평화를 위한 선제공격론’의 기초를 만든 것이다. 또한 ‘영속적 전쟁’(Perpetual War)이라고 불리는 네오콘 논리도 그에 의해 싹텄다. 마키아벨리 신봉자이며 엘리트주의자인 슈트라우스는 평화의 지속은 결국 부패사회를 잉태하므로 영구적 전쟁을 통해 통치를 강화하고 사회적 혼란을 예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슈트라우스는 73년 폐렴으로 타계했다. 그의 사상체계는 예일대 유대인 철학교수 앨런 블룸에게 계승된다. 블룸은 슈트라우스의 이론을 더욱 체계화했으며, 이 이론은 유대인 문필가 어빙 크리스톨이 이어받는다. 네오콘 논리가 미국 대외정책에서 최초로 가시화된 것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시절이다. 당시 국제법상 다소의 논란을 불러온 미국의 그라나다 침공, 리비아 공습, 노리에가(파나마) 체포 등 일련의 ‘예방적 선제공격’은 바로 네오콘의 이론과 부합하는 것이었다.

유대인이 다수를 차지하는 미국 네오콘은 대체로 두 줄기에서 나왔다. 하나는 과거 급진좌파운동을 하다 우익으로 전향한 세력이다. 또 다른 하나는 베트남전쟁에서 보여준 미국의 무기력함에 실망한 민주당 인사 일부가 네오콘에 합류한 경우다. 두 부류 모두 진보세력에서 극우 성향으로 사상 전향을 한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배경을 가진 정치서클이 있지만 극에서 극으로 사상을 옮긴다는 게 오로지 신념에 의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긴다.

2001년 9·11 테러가 일어나자 부시는 아프가니스탄 공격을 준비한다. 그러나 당시 부시 진영에는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하드웨어에 강한 인물만 있었지 전쟁 기획 등 소프트웨어를 담당할 두뇌진이 없었다. 부통령 딕 체니는 부시에게 유대인 네오콘 인사의 기용을 권한다. 그의 부인 린 체니 여사는 네오콘 성향의 문인이자 철학자다. 부시는 체니의 제의를 받아들여 네오콘 두뇌진을 국정 전면에 포진시킨다. 전 국방자문위원장 리처드 펄을 좌장으로 국방부 부장관 폴 울포위츠, 국방부 차관 더글러스 페이스, 체니의 비서실장인 루이스 리비 등 유대인 네오콘들은 아프간·이라크 전쟁을 기획하면서 미국의 외교·국방정책을 주도했다.

네오콘들, 부시 정권 끝나자 모두 퇴진
언론계에도 든든한 지원세력이 있었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윌리엄 새파이어와 함께 베스트셀러 낙원의 보보스를 쓴 데이비드 브룩스 등 유대 언론인들은 뉴욕 타임스에서 네오콘의 입장을 엄호했다. 워싱턴 포스트의 유대인 칼럼니스트 찰스 크라우태머도 참여했다. 네오콘들은 미국의 막강한 권력체인 오일 메이저와 군산복합체, 그리고 개신교 원리주의자들과도 연합전선을 폈다.

또한 유대인 네오콘들은 미국의 대(對)중동정책도 장악하고 이스라엘을 적극 지원했다. 엘리엇 에이브럼스는 백악관의 국가안보위(NSA) 중동책임자였다. 중동 문제 전문가인 데이비드 움서는 친(親)이스라엘 인사다. 2002년 부시의 연두교서에 포함된 ‘악의 축’이라는 신조어를 만든 데이비드 움서도 유대인 네오콘이자 중동 전문가다. 미국의 중동정책을 다루는 진용 모두가 이러하다 보니 미국이 이스라엘 편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불문가지였다.

2기 부시 정권이 끝날 무렵 네오콘도 쇠퇴기를 맞는다. 한때 정상의 권력을 맛본 이들은 내부적으로도 분열 양상을 보였다. 이래저래 이들 슈트라우스의 후예들은 부시 임기 종료와 함께 모두 국정 전면에서 물러났다. 그런데 여기에서 이들에게 최소한 한 가지 배울 게 있다. 이들의 호전적 논리는 물론 아니다. 네오콘은 이제 시대적 소명이 끝났음을 인식하고 스스로 정치 일선에서 퇴장했다. 물러나는 시기를 안 것이다. 우리 정치권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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