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년간 60억㎞ 항해, 채취 자료 지구 투하하고 대기권서 산화

중앙선데이 2011.06.11 21:56 222호 32면 지면보기
2010년 6월 13일 일본의 우주탐사선 ‘하야부사(사진)’가 발사 7년 만에 지구로 돌아왔다. 일본 언론들은 ‘불사신(不死身) 하야부사’라며 연일 톱뉴스로 보도하고, 일본 전체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어떤 사람들은 감동적인 드라마라며 눈물까지 흘렸다. 일본국립과학박물관은 100일 동안 ‘하늘과 우주전-날아라! 백년의 꿈’ 특별전시회를 열었다.

권기균의 과학과 문화 일본의 자존심,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

왜 하야부사에 열광했을까. 하야부사는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개발한 중량 510㎏의 소행성 탐사선이다. 사람들이 열광했던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하야부사는 우주 탐험사에 새 이정표를 세웠다. 최초로 지구에서 3억㎞ 떨어진 소행성 ‘이토카와’에 착륙해 표면 샘플 1500개를 캐서 지구로 돌아왔다. 기간도 7년이나 걸렸다. 비행 거리가 60억㎞나 된다. 지구에서 태양까지 거리의 40배나 된다.

그렇더라도 그렇게까지 감동적인가. 그렇다. 하야부사가 겪은 극적인 탐사과정 때문이다. 하야부사는 지구를 떠난 지 2년4개월 만에 소행성 이토카와에 도착했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여러 트러블이 발생했다. 자세제어장치가 고장 났고, 안테나가 지구로 향하지 못해 통신이 두절되고 연료 누출, 배터리 방전, 행방불명, 궤도 이탈, 엔진 고장 등 많은 시련을 겪으며 사람들 마음을 졸이게 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인내와 끈기, 기발한 아이디어와 기술로 위기를 극복하며 한 편의 드라마가 연출됐다. 그리고 마침내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불사조처럼 살아서 지구로 돌아왔다. 복싱 영화 ‘록키’나 액션 영화 ‘다이하드’처럼.

마지막으로 샘플이 담긴 캡슐을 호주 사막에 떨어뜨리고, 하야부사는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산화했다. 그 모습은 비록 기계이지만 뭉클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야부사의 원래 이름은 ‘MUSES-C(Mu Space Engineering Spacecraft C)’였다. 그러나 발사 305초 만에 행성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하자 JAXA는 이름을 하야부사로 바꿨다. 왜 그랬을까?

하야부사는 일본어로 송골매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단순 번역만으로는 재미가 없다. 송골매는 매 중에서도 속도가 가장 빠른 놈이다. 시속 300㎞까지 속도를 낸다. 일본인에게 송골매는 속도의 상징이다. 한국 공군의 상징이 보라매인 것처럼, 하야부사는 일본 항공자위대의 상징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여했던 일본 전투기 이름도 하야부사였다.

만약 처음부터 하야부사라는 이름을 붙였다가 첫 단계인 발사에서 실패라도 하면 일본 우주기술의 자존심이 땅에 떨어지고 우주산업 브랜드의 신뢰도도 나빠진다. 그래서 발사 성공을 확인한 후 바로 이름을 하야부사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

소행성 이토카와의 정식 이름은 ‘25143 이토카와’이다. 지구와 화성 사이에 있는 이 소행성은 길쭉한 감자처럼 생겼는데, 크기는 약 500m. 98년 미국 관측 팀이 처음 발견했다.

천체에 이름을 붙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혜성엔 발견자의 이름을 붙인다. 소행성에 발견자가 이름을 붙일 수는 있으나 통상 자기 이름은 안 쓴다. 궤도가 확정되면 고유번호와 함께 통상 사람이나 장소 이름을 붙인다.

소행성에 이름이 들어간 로켓과학자는 ‘로켓의 아버지’인 러시아의 치올콥스키와 소련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와 ‘보스토크’ 개발을 주도했던 코롤료프, 그리고 이토카와 세 사람뿐이다.

일본 로켓 개발의 선구자 이토카와 히데오(系川英夫)는 1935년 도쿄제대 항공학과를 졸업하고, ‘나카지마 비행기’에서 전투기 하야부사의 개발에도 참여했다. 53년 미국 유학에서 돌아와 일본 최초의 로켓 ‘펜슬’을 개발했다. 55년 처음 발사실험을 한 펜슬은 직경 1.8㎝, 무게 230g의 말 그대로 연필 크기만 한 소형 로켓이었다.

그러나 이번 일로 사람들이 진정 놀라는 것은 하야부사 프로젝트에서 보여준 일본의 첨단과학기술이다. 특히 ‘이온 엔진’은 경이적이다. 이온엔진은 플라스마 분출로 추력을 얻는다. 연비가 매우 높아 화학엔진의 10배가 넘는다. 하야부사의 경우 크세논가스 60㎏으로 60억㎞를 항해하고도 20㎏이 남았다. 앞으로 심(深)우주개발의 총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카메라로 촬영한 화상과 레이저고도계로 얻은 거리 데이터를 바탕으로 탐사선이 자율적으로 접근, 착륙하는 기술이다. 소행성 이토카와는 지구로부터 3억㎞ 떨어져 있다. 광속으로 17분 거리다. 전파로 지시를 보내면 17분이 걸린다. 이래서는 상황변화에 적절한 대응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하야부사는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기능을 갖도록 했다. 그 밖에도 ‘미소중력’ 아래 있는 천체 표면의 표본을 채취하는 기술 등 여러 신기술이 채용되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수준이 일본에 50년, 중국에 40년 정도 뒤졌다. 경제가 어렵다면서도 일본은 우주개발에 우리나라보다 10배가 넘는 예산을 매년 투입한다.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