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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중소기업인 600명이 제주를 찾은 까닭

중앙일보 2011.06.11 00:52 종합 14면 지면보기






김기환
경제부문 기자




중소기업 사장님들은 ‘열공’했다. 토론회 내내 받아 적고 질문하느라 열심이었다. 9일 오후 5시부터 한 시간 동안 진행할 예정이었던 토론회는 질문이 넘쳐 오후 7시가 다 돼서야 끝났다. 8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2011 중소기업리더스포럼’에서다.



 이 포럼엔 600여 명의 중소기업 대표가 참석했다. 주최 측인 중소기업중앙회는 예상을 넘긴 참가자로 숙소가 모자라자 인근 호텔까지 빌렸다. 김철기(53) 중기중앙회 경영기획본부장은 “연례 행사인데 올해 유독 참가 열기가 뜨거웠다”며 “여느 해보다 정부에서 동반성장과 상생을 강조해 분위기가 바뀐 것도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바쁜 중소기업인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은 힘은 무엇일까. 행사장 곳곳에서 만난 대표들은 최근 몰라보게 붙은 ‘자신감’을 이유로 꼽았다. 박주봉(55) 대주그룹 회장은 “지난해부터 동반성장을 강조하면서 요즘처럼 기를 펴는 때도 없었다”며 “중소기업인이라는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최고 영업이익 기록을 갈아치운 대기업들이 납품가격을 인상하는 등 온기는 아직까지 전달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한 부품업체 사장은 “대기업들이 계열사나 자회사를 통한 구매를 늘리면서 납품가격을 깎는 새로운 방식까지 등장해 고달프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중기중앙회는 이날 ‘백화점 입점업체 수수료 실태 조사’ 자료를 냈다. 최근 3년 동안 백화점에 입점한 중소업체 300곳 중 불공정행위를 경험한 업체가 47%라는 것이 보고서의 골자였다.



 9일 토론회에서도 생생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최선윤(57) 강릉초당두부 대표는 “대기업에서 중소 두부업체를 죽이려고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든다”며 “손해를 감수하고 수시로 특판 행사를 하는 통에 견디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이동재(64) 알파문구 대표는 “원자재 값이 많이 올라 대기업에 납품단가를 올려달라고 수년째 건의했지만 달라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가 하청업체에 납품단가 압력을 행사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김기문(56) 중기중앙회장은 “힘센 대기업 틈에서 목소리를 내려면 여기 모인 600명이 더 똘똘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뭉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대기업만큼 기술을 개발하는 데 충실했는지, 인재를 키우는 데 열정을 쏟았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포럼에서 보였던 자신감과 열정을 ‘기본기’를 다지는 데도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기환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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