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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발 “부패 척결” 대기업 전체로 확산

중앙일보 2011.06.11 00:38 종합 15면 지면보기
이건희(69)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9일 “삼성그룹 전체에 부정부패가 퍼져 있는 것 같다”고 한 데 대해 삼성뿐 아니라 상당수 대기업이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관리의 삼성’이란 정평이 있는 조직에서 이런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삼성이 저런데 우리 쪽도 감사에 잡히지 않은 무언가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고위층에서 나오고 있다. “나름대로 철저히 감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 기회에 재점검을 해보자”는 분위기다. 게다가 요즘 정부와 정치권에서 어느 때보다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상생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협력업체로부터 향응을 받거나 압력을 행사했다가 발각되면 기업 이미지에 먹칠을 하기 십상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삼성의 상황은 반면교사(反面敎師)”라고 말했다. 예방과 감시를 철저히 해도 부정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준 사례라는 것이다. 그는 “이건희 회장의 발언을 계기 삼아 SK도 내부 윤리교육과 감사 체계를 돌이켜보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전했다. 또 “SK 직원들 사이에 ‘유혹에 빠지지 말아야겠다’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극제도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LG그룹의 한 임원은 “삼성의 감사 시스템 변화를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이 더욱 철저한 감사 체계를 꾸릴 경우 LG도 현행 감사 조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의미다. LG는 현재 계열사마다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감사팀을 두고 있다. 계열사 경영지원실장 밑에 감사팀을 둔 삼성보다 더 힘이 실려 있다.



 현대자동차 그룹은 사뭇 긴장하는 분위기다. 강제로 하청업체의 납품단가를 내리도록 했다는 의혹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어서다. 그래서 향응 등을 없애자는 삼성의 움직임이 동반성장 분위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여느 때 같으면 일을 조용히 처리했을 삼성그룹이 자체 감사 내용을 왜 언론에 대대적으로 알렸는지 의문”이라면서도 “현대차도 이번 기회에 내부 감사 시스템을 점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체 역시 현대차와 비슷한 입장이다. 이건희 회장의 발언이 이어지던 9일, 공교롭게도 중소기업중앙회가 ‘백화점 입점업체 실태보고서’를 발표해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백화점에 매장을 차린 300개 중소업체 가운데 81%가 ‘백화점이 떼는 판매수수료가 너무 많다’고 했다. 매출의 55%를 내는 경우도 있었다. 그뿐 아니라 매년 인테리어를 바꾸라고 해 여기에 가욋돈 수천만원이 든다고들 했다.



 총수가 직접 ‘부정부패를 뿌리뽑아야 한다’고 한 삼성의 임직원들은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을 쓰고 있다. 결혼을 앞둔 직원이 개인적으로 친구가 되다시피 한 협력사 직원에게 청첩장을 건네야 할지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삼성의 한 간부는 “골프 약속을 취소하는가 하면 거래처로부터의 식사 요청을 거절하고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고 귀띔했다.



권혁주·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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