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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신 넘고 세계육상 나가고…최윤희, 좋아서 눈물이 펑펑

중앙일보 2011.06.11 00:17 종합 26면 지면보기



전국육상 장대높이뛰기 4m40cm
임은지에 밀리다 2년여 만에 1인자



최윤희



‘미녀 새’ 최윤희(25·SH공사)가 다시 날았다.



 최윤희는 10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제 65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승에서 4m40㎝를 넘어 한국신기록(종전 4m35㎝·임은지)을 세우며 우승했다. 2009년 4월 제13회 전국실업육상경기선수권대회 이후 2년2개월 만에 1인자 자리를 되찾았다. 4m40㎝는 2011 대구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자격을 정하는 ‘기준기록 B’의 커트라인이다. 최윤희는 신기록과 세계대회 출전권을 모두 따낸 뒤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



 최윤희는 여자 장대높이뛰기 ‘1세대’로 꼽힌다. 김제 금성여중 1학년 때 전국종별육상경기대회에 나가 첫 한국기록(3m10㎝)을 세웠다. 이후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모두 17차례나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러나 임은지(22·부산 연제구청)가 혜성처럼 등장하면서 최윤희는 존재감이 흐려졌다.



 임은지는 2009년 3월 대만국제장대높이뛰기대회에서 4m25㎝를 뛰어 최윤희가 세운 종전 한국 최고기록(4m17㎝)을 바꿨다. 같은 해 4월 전국실업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는 4m35㎝를 넘었다. 임은지의 기록은 최윤희에게 넘기 힘든 벽이었다. 그녀의 기록은 정체됐고, 2010년 6월 제64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야 처음으로 4m30㎝을 넘었다.



 제자리걸음을 하던 최윤희가 화려하게 부활한 비결은 기초를 점검하고 습관이 된 동작을 다시 만든 데 있다. 1년6개월 전인 2009년 12월 18일 ‘인간 새’ 세르게이 붑카(러시아)를 지도한 아르카디 시크비라(우크라이나) 코치를 만나면서부터다. 시크비라 코치는 러시아 유학파인 정범철 코치와 호흡을 맞춰 최윤희의 자세를 바로잡는 한편, 체력을 끌어올렸다.



 특히 시크비라 코치는 데이터를 기초로 최윤희를 훈련시켰다. 시크비라 코치가 보여준 비디오 속에서 최윤희는 장대에 힘을 실어 밀고 나가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다. 시크비라 코치는 장대 대신 몸에 힘을 주도록 했다. 장대를 폴 박스에 꽂아 넣을 때나 도움닫기할 때 자세가 앞으로 쏠리고 다리가 낮아지는 문제점도 바로잡았다. 최윤희의 경기력은 놀라운 속도로 향상됐다.



 공중에서 밸런스를 잡기 위해 기계체조도 시작했다. 정범철 코치는 “1년 전부터 기계체조를 접목했다. 상체 힘을 기르고, 공중 동작에서 신체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 “올해는 체력 강화를 위해 기계체조의 양도 두 배 늘렸다. 기술과 체력을 동시에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 경기에서 4m36㎝에 도전하기에 앞서 장대를 더 단단한 것으로 바꿨다. 폴을 갑자기 바꾸면 리듬이 틀어지는데, 지금은 속도와 균형 모두 이어갈 만큼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해온 자세를 바꾸는 게 쉽지 않았다”는 최윤희의 말대로 성과는 빨리 나타나지 않았다. 정 코치는 “감을 잡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면서 “도전마다 실패하면서 지치기도 하고 마음고생도 많았겠지만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훈련했다”고 말했다. 최윤희는 “다음 목표는 4m60㎝”라고 했다. 그러나 곁에서 흐뭇한 얼굴로 지켜보던 시크비라 코치는 이렇게 말했다. “4m80㎝도 가능하다.”



 한편 이날 남자 경보 20km에서는 박칠성(29·상무)이 1시간25분27초로 1위를 차지했다. 여자 20km 경보에서는 전영은(23·부천시청)이 1시간37분41초로 우승했다. 남자 110m 허들은 박태경(31·광주광역시청)이 14초12로, 여자 100m 허들은 정혜림(24·구미시청)이 13초41로 우승했다.



대구=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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