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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유가따라 내리는 옥수수 가격 … 식품값이 널뛰는 이유

중앙일보 2011.06.11 00:03 종합 21면 지면보기






식량의 가격은 바이오 연료 생산, 에너지 가격, 정부 정책, 기후 변화, 미국 달러 가치, 투기 등에 의해 움직인다. 『식량의 경제학』의 저자인 패트릭 웨스트호프는 “미래의 식량 가격 변동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경제학자들은 청중을 현혹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미국 텍사스의 옥수수 농장. [중앙포토]













 식량의 경제학

패트릭 웨스트호프 지음

김화년 옮김, 지식의 날개

284쪽, 1만5000원




‘값싼 식품의 종말(The End of Cheap Food)’



 2007년 말 발간된 영국 이코노미스트지(誌)의 커버스토리의 제목이다. 곡물 값이 이끄는 물가급등을 일컫는 ‘에그플레이션’이란 조어도 당시 한창 유행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 식품 값은 급락했다. 경기침체에 수요가 줄고 선물시장으로 몰렸던 투기세력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거품이 터진 것이다. 밀의 경우 2008년 3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그 해 10월 절반 이상 값이 빠졌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한차례 태풍이 휩쓸고 지나가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먹거리 값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다시 치솟았다. 그 양상이 2008년과 흡사한 탓에 기시감마저 든다. 세계 각국에 비상이 걸렸다. 10일 박재완 신임 기획재정부 장관이 긴급 소집한 물가 관계 장관회의에서 가장 자주 언급된 것도 쌀값, 돼지고기값, 외식비 등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먹거리 물가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연초 이후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에 불어 닥친 ‘재스민 혁명’의 단초도 국제 곡물 값 상승이었다. 수십 년간 철옹성처럼 버티던 독재권력이 빵 값 급등에 차례차례 무너진 것이다.



 비싸다고 소비를 확 줄이기 힘든 게 식품이다. ‘그럼 가격이 싼 대체제를 찾아라’는 말도 별 위안이 안 된다. 지난해 벌어진 ‘배추 김치 대란’ 중 벌어진 양배추 김치 논란이 대표적이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다. 중국에선 돼지고기, 프랑스에선 바게뜨 빵 값이 오르면 정치적 불안이 뒤따른다.



 식품 값 상승의 충격이 크게 느껴지는 이유는 또 있다. 2007년 미국 식품 물가는 4% 상승했고, 이듬해 다시 5.5% 올랐다. 수치만 봐선 대단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1991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의 식품 물가 상승률은 연 평균 2.5%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체감도는 확 높아진다. 항상 문제를 일으키는 불량학생보다 얌전하던 모범생의 일탈이 더 충격적인 법이다.



 책은 이처럼 종잡을 수 없는 식품 가격을 움직이는 요소들에 주목한다. ‘경제학’이란 이름을 단 만큼 전체적으로 차분한 서술이 특징이다. 유가와 바이오연료, 기후, 국가 정책, 달러 값, 투기 등이 얽히고설키며 식품 값을 올리고 내리는 과정을 여러 각도에서 균형 있게 살핀다. ‘거대 곡물 메이저의 음모’ 같은 화끈한 소재는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중국인들이 돼지고기를 많이 먹으면서 콩깻묵 값이 오르고, 유가가 내릴 때 바이오연료의 원료인 옥수수값도 따라 내리는 과정 등을 조곤조곤 설명한다. 섣부른 결론이나 예측으로 마무리 하지 않아 오히려 신뢰가 간다. 저자는 “이 책에서 알아야 할 한가지 교훈이 있다면 식량 가격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경제학자는 청중을 현혹시킬 뿐 아니라 자신도 속이고 있다는 것”이라고 쓰고 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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