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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반값 등록금, 대학부터 허리띠 졸라매야

중앙일보 2011.06.11 00:02 종합 31면 지면보기



정부 지원 확대에는 한계
대학이 먼저 노력 안하면
예산 낭비 비판 따를 것
행동보다 대화로 풀어야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올해 초 아들의 대학 졸업식 날, 어느덧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성장하며 학업을 마친 아들에 대한 자랑스러움, 빠듯한 살림에도 4년간 등록금 마련 등 뒷바라지에 애쓴 아내에 대한 고마움이 교차했다. 부모의 도리를 다했다는 뿌듯함과 등록금의 부담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은 자녀 대학 졸업식 날 비단 필자만이 아닌 이 땅의 학부모들이 모두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지난달 24일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반값 등록금 추진 의사 발언 직후 이뤄진 교총 방문, 정책협의회는 언론과 교육계의 큰 관심 속에 진행됐다. 당일 정책협의회에서 사적으로는 대학 등록금 부담을 몸소 겪었던 학부모이자 공적으로는 교총 회장이라는 점에서 한계상황에 다다른 학생, 학부모의 등록금 부담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총론적 입장에서 찬성 의사를 표한 바 있다. 다만 정책실현의 과정에서 실효적인 예산 확보방안 마련, 대학 구성원의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과제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최근 반값 등록금을 둘러싼 논쟁이 언론은 물론 정치권과 대학, 대학생 등 다양한 목소리가 백가쟁명(百家爭鳴)으로 터져나와 걷잡을 수 없는 혼란 양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대학가의 촛불집회와 동맹휴업 움직임, 촛불집회에 일부 연예인의 참여를 둘러싼 찬반 논란으로 인해 본질은 사라지고 사회적 갈등만 양산돼 등록금 정책이 표류하고 있다.



 반값 등록금 논쟁의 본질은 학생·학부모의 대학 등록금 부담을 대폭 낮추자는 데 있다.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법과 부담 완화 수준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도출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함에도 이해득실을 따지고 저마다의 해법을 강하게 강조하다 보니 이처럼 갈등과 혼란이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된다.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치권 중심의 논의 구조, 반값이라는 너무 구체적인 목표치, 모든 것을 단번에 해결하겠다는 조바심, 내 주장은 옳고 다른 이의 의견은 그르다는 인식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의견과 욕구가 활화산처럼 분출되다 보니 출구는 보이지 않고 소모전적인 사회갈등만 양산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앞선다.



 막대한 국가예산이 소요되고, 실질적인 부담을 져야 할 국민의 동의가 필요하며 대학의 재정운영 책임 강화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사랑하는 우리 제자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나름대로 반값 등록금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논의 구조와 주체를 단순화해야 한다. 여야의 입장 차가 크고 대학 구성원이 내놓은 해법이 다르다는 점에서 현재의 논의 구조는 ‘배가 산으로 가는 방식’이다. 따라서 행정부가 중심이 되어 국회, 대학 구성원, 교원 및 학부모단체 대표 등의 의견을 종합해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길 기대한다.



 둘째, 논점을 압축해야 한다. 등록금 부담을 낮추는 실효적인 방안 마련에 집중해야지 누구의 탓으로 돌리거나 기여입학금제 논란으로 확장돼서는 안 된다. 내 생각이 소중한 만큼 다른 이의 주장도 인정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셋째, 정치논리에서 벗어나 교육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등록금 문제는 교육문제다. 교육 사안을 정치적 논리와 내년 총선, 대선을 염두에 둘 것이 아니라 고등교육 발전이라는 목표하에 장기적이고 실질적 등록금 부담 완화, 국가재정 운영이라는 큰 틀에서 현실 가능한 황금비율을 찾아야 한다.



 넷째, 대학도 재정운영 책임을 져야 한다. 정부 지원 확대에는 한계가 있고 국내 대학 전체 적립금 총액이 10조원이 넘는 상황을 감안할 때, 대학도 사회적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대학의 진정성 있는 노력이 보이지 않을 때 대학의 부익부 현상과 부실 대학을 국민 세금으로 충당한다는 비판이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행동보다는 대화로 풀어야 한다. 표현의 자유는 소중하지만 촛불집회·동맹휴업이 궁극적 목표가 아니라는 점에서 논리와 대화로 정부와 정치권에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촉구해야 한다. 물리적인 행동을 통한 해법 모색은 또 다른 갈등을 양산하게 될 것이다.



 등록금 논란은 바로 우리 사회의 위기관리 능력을 검증하는 또 하나의 시험장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한 해법 도출을 통해 우리 사회의 통합을 도모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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