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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펴낸, 스마트폰 영화 찍기

중앙일보 2011.06.07 03:00 종합 27면 지면보기



영화홍보사 대표 유순미씨
정리정돈 잘하는 어머니가 소재
영화는 아직 완성 못 해



아이폰으로 영화 찍은 경험을 책으로 낸 유순미씨는 “일단 무조건 찍어보라”고 말했다. [최승식 기자]





컴퓨터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생기면 부팅부터 다시 하던 ‘컴맹’이었다. 스마트폰을 사게 된 이유도 “트렌드를 빠짐없이 알아야 한다는 직업적 강박 때문”이었다. 영화 홍보와 마케팅을 10년 넘게 했지만, 영화 만드는 건 ‘감독의 일’이라고만 여겼다. 스스로 영화를 찍게 될 줄은 몰랐다. 그것도 스마트폰으로. “휴대전화 하나 바꿨을 뿐인데 일상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는 영화홍보사 메가폰의 유순미(39) 대표 얘기다. 지난해 말 ‘아이폰4 필름페스티벌’과 올 초 제1회 olleh·롯데 스마트폰영화제를 홍보한 게 계기가 됐다.



 “영화제가 첫 회라 응모작이 적으면 어쩌나 걱정이 됐어요. 마침 평소에 영화로 만들면 어떨까 싶던 아이템이 있어 용기를 냈죠. 저희 엄마께서 정리정돈을 잘하세요. 자기 전엔 ‘내일은 뭘 어떻게 청소하지’ 고민할 정도로요. 엄마의 노하우를 담아보면 재미있겠다 싶었어요.” 제목은 ‘청소의 신’. 한밤중 코 골며 자는 엄마한테 카메라를 들이대기도 했다.



 “카메라 워킹의 기본을 모르니 엄마 얼굴이 툭하면 잘렸어요. 엄마가 앉아서 빨래하다 일어나면 얼굴을 따라가야 하는데 바닥만 계속 찍는 식으로요. 한참 촬영 중인데 전화 오는 경우도 괴로웠어요. 아이폰 설정을 ‘비행모드’로 바꿔놓으면 편하다는 걸 나중에 알았죠.”



 결국 영화는 완성하진 못했지만, 왕초보 감독의 경험을 살려 책도 냈다. 영화전문지 무비위크 지용진 기자와 같이 쓴 『아이폰 영화 만들기』다. 시나리오 쓰기부터 촬영·편집·후반작업까지 모두 담았다. 초점·노출 등을 조정하는 데는 ‘올모스트 DSLR’을, 편집할 땐 iMovie를 권하는 식으로 영화제작에 유용한 어플리케이션도 소개했다. 카메라 흔들림을 피하려면 삼각대나 핸드 그립을 쓰라든가, 형광등 불빛은 ‘죽은 빛’이므로 절대 피해야 한다는 조언도 담았다. ‘아이폰4 필름페스티벌’에 참가한 정윤철(‘미니와 바이크맨’)·이호재(‘세로본능’)·임필성(‘슈퍼 덕후’)·봉만대(‘맛있는 상상’) 등 감독 12명이 들려주는 후기도 곁들였다.



 유 대표는 스마트폰 영화의 장점을 “적은 비용으로 누구나 감독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장비 빌리고 스태프 구하려면 아무리 독립영화라고 해도 한 편에 200만∼500만원은 들어요. 스마트폰영화제 1등 수상자가 수원대 출신 영화전공자인데, 20만원으로 영화를 완성했다니까요.”



 그는 “결국 중요한 건 무슨 얘기를 어떻게 보여줄 것이냐”라고 했다. “영화제 출품작 중엔 스마트폰을 야구공에 붙여 촬영하거나, 엘리베이터 안에 붙여놓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찍은 경우가 있었어요. 1억5000만원 들인 박찬욱·박찬경 감독의 아이폰영화 ‘파란만장’은 아니더라도,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만 있다면 누구나 감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글=기선민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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