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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설(世說)] 군 의료개혁, 방향부터 잘못됐다

중앙일보 2011.06.07 00:42 종합 33면 지면보기






경만호
대한의사협회 회장




최근 군부대 내에서 발생한 의료사고로 부실한 군 의료를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이에 국회 국방위가 ‘국방의학원 설립 법안’을 다시 논의하겠다는 등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 법안의 주요 골자는 국방의학전문대학원을 설립해 연 40명의 장기군의관과 60명의 공중보건의사를 배출하고, 전국 군 병원을 통폐합해 국군수도병원을 국방의료원으로 확대개편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법안은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다. 우선 정부 예산을 들여 공중보건의사를 배출한다는 대목이다. 공중보건의사제도는 무의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0여 년 전 도입된 것인데, 현재 무의촌은 사실상 없어 공중보건의사의 30% 정도가 도시 지역에 배치되고, 심지어 민간병원에까지도 배치되고 있다. 그런데도 공중보건의사가 부족하다며 국가가 공중보건의사를 양성하겠다는 것은 제도의 실익이 없는 국민 혈세의 낭비일 뿐이다.



 국방의학원 설립 법안은 군 의료체계를 중앙집중식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군 의료에서 절실한 것은 일선 부대의 의료 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안전하고도 신속한 후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최근 발생한 군 의료사고만 하더라도 일선 부대의 의료가 부실해서 벌어진 일이지, 중앙집중식 군 의료체계의 부재로 인한 것이 아니다. 이는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훈련병이 야간 행군 뒤 급성 호흡곤란으로 사망한 사건을 보면 알 수 있다. 군의관이 퇴근한 상황에서 고열을 호소하는 이 훈련병에게 의무병이 해열진통제만을 처방한 것으로 보도됐으나, 부검 결과 사인은 뇌수막염이었다. 군 의료체계의 문제가 아니라 부대장의 지휘방침이나 부대 운영 측면, 경직된 병영문화에서 빚어진 일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오진사고를 막으려면 대대 의무대에까지 각 과 전문의들이 다 포진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을 위해 일선 부대 의무대를 종합병원급으로 운영케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길은 자명하다. 장병들이 언제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며, 민간 의료기관과의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갖춰야 하고, 신속하고도 안전한 후송체계를 갖춰야 한다. 막대한 예산을 들이고도 군 의료가 불신을 받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경만호 대한의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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