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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좌파 교육감 견제, 학부모가 나서야 한다

중앙일보 2011.06.07 00:38 종합 33면 지면보기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지난해 6월 치러진 지방 선거에서 당선된 좌파 교육감들은 교육의 본질적 가치나 궁극적인 목적보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념을 앞세우는 듯하다. 이로 인해 주요 교육정책들이 표류하고 있으며, 학부모·학생들 사이에서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것이냐’는 강한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좌파 교육감들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적극적 혹은 소극적으로 부정하는 태도를 취했다. 이 평가는 모든 선진국에서 채택되고 있는 제도다. 방법상의 견해차는 있을 수 있으나 평가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정당한 행동이 아니다.



 좌파 교육감들이 이의를 제기한 교원능력개발평가는 평가 자체에 대한 반대로 해석되어 큰 물의를 빚기도 했고, 학생인권조례도 논란의 대상이다. 학교는 교육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존재하는 특수한 조직이고, 경우에 따라 고유한 목적을 위해 학생들의 자유와 인권이 한시적으로 유보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들 교육감은 유념해야 한다.



 서울시 교육감은 정치적 성격을 강하게 띤 특정단체가 주도하는 4·19 행사에 학생들을 동원해 빈축을 샀다. 그는 일선 학교의 ‘문화교육’ 강화를 지시하면서 이를 위한 외부 강사의 대상으로 광우병 시위를 주도했던 단체들을 추천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경기도 교육감의 경우 얼마 전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계기교육을 일선 학교들에 지시했다. 자료를 작성하기 위해 수많은 교사들이 한 달 이상의 시간을 할애했다고 한다. 물론 5·18은 우리나라의 민주정치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고, 이는 학교에서 실시하는 근·현대사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충분히 전달되고 있다. 많은 교사들을 동원해 특별교육 자료를 만들고 150만 학생들을 대상으로 계기교육을 일선학교에 지시하는 것은 권위주의 행정의 구태의연한 작태로 비춰질 수 있다.



 현재 교육계의 대표적인 포퓰리즘은 무상급식, 엄밀히 표현해 세금으로 제공되는 급식이다. 무상급식에 쏟아 붓는 예산으로 인해 저소득계층 자녀들에 대한 교육지원 프로그램과 교사연수에 할당된 예산들이 모두 삭감되었다. 무상급식에 소요되는 예산이면 매년 8만 명이 넘는 신임교사를 채용할 수 있고, 70만 명 정도의 인문계 고교생에게 무상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무엇이 더 시급하고 중요한 일인가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이 필요 없을 것이다.



 정치적 노선이 진보건 보수건 이제 막 출발한 민선 교육감들의 실패를 바라는 것은 옳지 못하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갈등은 막아야 한다. 그러지 못할 경우 4년을 주기로 교육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모든 교육정책이 송두리째 뒤집어지는 대혼란이 반복될 것이며, 혼란의 최대 피해자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짊어질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선 우선 무소불위에 가까운 교육감의 막강한 권한이 신중하게 행사돼야 한다. 시·도 교육에 소요되는 예산집행권, 교원 및 행정직원에 대한 인사권, 그리고 교육과정의 운영에 관한 일체의 권한은 모두 교육감에 속한다. 엄청난 권한과 힘을 자신들의 정치적 신념을 구현키 위한 도구쯤으로 여긴다면 교육계의 이념적 갈등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권력의 막강함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교육감을 견제하고 감독하는 장치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교육감은 자신이 소속한 시·도의 자치단체장은 물론 교육과학부의 직접적인 지휘나 통제도 받지 않는다. 교육의원 제도가 있긴 하지만, 교육감의 권한을 견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교육자적 양식으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교육수요자들, 특히 교육감을 선출한 학부모들이 개입해야 한다. 교육감이 자신의 기대에 맞게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부단히 감시해야 하고, 혹시 있을지도 모를 권력의 오용과 남용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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