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5년 장인’ 손길로 한땀 한땀 그거 한국서도 가능합니다

중앙일보 2011.06.07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신용호 금강제화 사장







1954년 창립한 국내 1위 제화기업 금강제화. 국내 3대 제화 기업들 중 에스콰이아가 지난해 해외 사모펀드에 매각되고, 엘칸토도 부도를 거쳐 최근 이랜드에 인수되는 와중에 금강제화는 굳건히 자리를 지켜왔다.



 이 회사가 ‘명품 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1980년 금강제화에 입사해 뉴욕지사장과 기획실장, 부사장을 거쳐 2003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아온 신용호(57·사진) 사장이 이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금강제화는 최근 2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장인이 직접 고객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 발 모양을 재서 구두골(라스트)을 맞춰 영구 보관해 주는 ‘비스포크’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객 한 명만을 위한 구두골을 맞추는 데만 99만원, 신발값 50만~100만원대는 따로 받는 최고급 서비스다. 아 테스토니 같은 이탈리아 명품 남성 구두 브랜드들이 하는 서비스로, 국내 기업 중에는 금강제화가 처음이다.



 신 사장은 “한땀 한땀 장인이 수작업으로 만들고, 6개월 이하의 송아지 가죽 등 모든 자재는 100% 이탈리아 수입품인 데다, 와인을 써서 가죽 색깔을 내는 이탈리아 방식 그대로 만든다”고 소개했다. 하루에 한 족밖에 못 만드는 맞춤 구두다. 원가보다 싸게 팔아서 팔수록 손해다. “그럼에도 이런 제품을 만드는 까닭은 한국업체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이런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은 그동안에도 있었다. 한국 제화 기술도 이탈리아 못지않다”는 것이다.



 신 사장은 “다른 살롱화 브랜드와 금강제화가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명품은 트렌드와 효율을 따라가지 않고, 가치와 전통을 중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탈리아 구두와 한국 구두의 가장 큰 차이는 소재”라며 “명품은 소재가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가볍고, 부드러우면서 편하며, 튼튼한 소재 개발에 힘을 기울여야 명품 대열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강제화가 자신있게 비스포크 서비스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고급 수제 남성화 ‘헤리티지’가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도 한몫했다. 70년대 국산 명품 구두의 원조로 이름을 날렸던 ‘헤리티지 리갈’ 라인에 2009년부터 패션·명품성을 가미한 ‘헤리티지 세븐’ 제품을 추가했는데, 이것이 젊은 고객들에게 먹혔다. 신 사장은 “요즘 헤리티지 고객의 70%는 20대와 30대”라며 “20대 후반인 아들이 ‘헤리티지 대단하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라고 칭찬해줘 매우 흐뭇하다”고 말했다. 헤리티지는 2008년 1만2000족 정도 팔리던 것이 지난해엔 3만5000족이 팔렸고, 올해엔 5만 족을 목표로 할 정도로 판매가 크게 늘었다. 공급이 달릴 정도다. 중고도 인터넷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전통·보수의 금강제화에서 젊은이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신 사장은 “제화 업체들이 매출만 늘리는 덩치 싸움으로 외환위기 이후 큰 고난을 겪었다”며 “금강은 외형보다는 내실을 다지고, 명품화 전략을 꾸준히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강제화는 2009년 7679억원에서 지난해 8600억원으로 매출이 느는 등 명품 전략을 등에 업고 꾸준히 성장 중이다. 캐주얼 전문매장 ‘레스모아’, 스포츠화 전문매장 ‘스프리스’, 그리고 아이폰과 아이팟 등 애플 제품을 파는 유통채널 ‘프리스비’처럼 젊은 고객들을 겨냥한 매장도 꾸준히 늘리고 있다.



글=최지영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