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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앞에서 더 강했다 ‘필드의 해병’ 홍순상 씩씩한 우승 키스

중앙일보 2011.06.06 02:14 종합 24면 지면보기



최혁재·류현우와 2타 차 8언더
후반 강한 바람 뚫고 통산 3승



해병대 출신 홍순상이 5일 열린 KGT 스바루 클래식에서 통산 3승째를 들어올렸다. 그는 3타 차 선두로 출발했지만 “다 잡은 우승을 놓칠까봐 후반에 마음이 흔들렸다”고 말했다. 사진은 최종 4라운드 경기 도중 홍순상이 잔디를 날려서 바람의 방향을 체크하고 있는 모습. [KGT 제공]





현충일을 앞두고 해병대 정신이 다시 빛났다. 해병 출신 홍순상(30·SK텔레콤)이 5일 경기도 용인 지산골프장(파71)에서 벌어진 KGT 스바루 클래식에서 우승했다. 2009년 KPGA 선수권 이후 2년 만이며 통산 3승째다.



 2005년 해병에서 제대한 홍순상은 골프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대부분의 선수가 특수부대에 비해 힘이 덜 들고 골프연습장 쪽에서 일할 기회가 있는 육군에 다녀오기 때문이다. 수줍은 미소년이었던 홍순상은 해병 제대 후엔 믿음직한 남자로 돌아와 신한동해 오픈에서 최경주와 맞서는 등 강인한 군인정신을 보여줬다.









홍순상



 2007년에는 당시 괴물로 이름을 날리던 김경태(25·신한금융그룹)의 연승을 저지하면서 첫 승을 신고했다. 2009년 한국의 메이저대회인 KPGA 선수권 연장전에선 공을 해저드에 빠뜨리고도 끝내 우승을 차지하는 정신력을 보였다. 이후 미국 진출을 위해 투어에 전념하지 못하면서 리듬을 잃고 한동안 부진했다.



 이날은 쉬운 우승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3타 차 선두로 출발한 홍순상은 3, 4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며 점수차를 5타로 벌렸다. 9번 홀 어프로치 샷은 예술이었다. 이 코스를 홈코스로 써 그린을 손금 보듯 읽는 홍순상은 그린 왼쪽 둔덕에 공을 떨어뜨린 뒤 경사를 타고 흘러내리게 해 핀 1.5m에 붙였다. 그러나 이 버디 퍼트가 빠지고 나서 흔들렸다.



 후반 들어 바람이 심해지면서 코스는 잔인하게 변했다. 그린이 빠른 데다 핀이 워낙 어려운 곳에 꽂혔기 때문이다. 호국의 달에 처음 열린 대회에서 홍순상의 적수는 역시 지난해 군에서 제대해 군인정신으로 똘똘 뭉친 최혁재(26)였다. 1m87㎝의 장신인 최혁재는 “군대에서 파이터 정신과 한 타, 한 타 신중하게 경기하는 자세를 배웠다”고 말했다.



 코스 전장이 길지 않아 장타자인 홍순상과 최혁재는 대부분 홀에서 웨지로 어프로치 샷을 했다. 그래도 언덕 위에 꽂힌 핀에 붙이기는 매우 어려웠다. 홍순상은 10번 홀에서 3퍼트를 하면서 리듬을 잃고 11번 홀에서 훅, 12번 홀에선 슬라이스를 내면서 3홀 연속 보기를 범했다. 무너질 상황이었다.



 그러나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홍순상은 가장 어려운 13번 홀(파3)에서 파를 하면서 물길을 되돌렸다. 최혁재는 까다로운 그린에서 잘 버텼지만 후반 버디 하나를 하는 데 그쳐 추격하지 못했다. 마지막 날 3오버파를 친 홍순상은 최종 합계 8언더파로 최혁재와 류현우(30·토마토저축은행)를 2타 차로 제쳤다. 전리품으로 1억원의 우승상금을 가져갔다.





홍순상 일문일답



“최경주 만나려 무작정 전화 3개월 동안 지혜를 배웠다”












홍순상이 샴페인 세례에 흠뻑 젖은 몸으로 프레스룸에 들어섰다. 얼굴에 긴 안도의 한숨과 웃음꽃이 한데 뒤섞여 있었다.



 -후반 초반 흔들렸다.



 “무척이나 우승하고 싶었다. 혹시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흔들렸다. 17번 홀 30㎝ 퍼트를 실패한 건 갑자기 제주도만큼 바람이 불었기 때문이다.”



 -해병 정신이 아직 남아 있나.



 “당연하다. 나의 우승이 모두 6월 즈음인데 호국의 달이어서 그런 것 같다. 호국선열들이 나를 밀어주시는 것 같다.”



 -지난겨울 최경주 선수 집에서 석달간 훈련했다.



 “지난해에 너무나 최 선배님과 훈련하고 싶어서 번호를 알아내 무작정 전화했다. 그냥 백만 메고 오라고 하더라. 집 별채에서 숙식하고 차도 빌려 쓰면서 후회 없이 훈련했다. 함께 밥을 먹으면서 하는 얘기들, 차를 타고 가면서 하는 얘기들이 너무나 좋았다. 기술적인 샷보다 정신적인 것과 지혜를 배웠다.”



 -오늘 경기 중 그런 지혜들이 도움이 됐나.



 “물론이다. 경기 전날의 준비자세, 후반에 들어가면서 생각해야 할 것 등 아주 많다. 그러나 나만의 노하우이기 때문에 공개하고 싶지는 않다(웃음). 훈련을 하도록 허락해 준 지산 골프장 관계자들에게도 고맙다.”



 -계획은



 “앞으로 남은 신한동해오픈 등 큰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 김경태와 박상현을 추월해 상금왕을 꼭 하고 싶다.”



용인=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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