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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혜의 푸치니에 귀 연, 오페라의 심장 이탈리아

중앙일보 2011.06.06 01:54 종합 22면 지면보기



로마 데뷔 무대서 돋보인 안정감



소프라노 나경혜씨가 지난달 말 로마에서 이탈리아 데뷔 무대에 올랐다. 이탈리아 오페라의 아리아들을 이어 부르며 풍부한 성량을 들려줬다.



지난달 29일 오후 이탈리아 로마 ‘화해의 길 공연장’. 바티칸 베드로 성당 정면, ‘화해의 길’에 위치한 이 극장에서 소프라노 나경혜(45)씨가 이탈리아 데뷔 무대를 치렀다. 함께한 오케스트라는 로마교향악단(Orchestra sinfonica di Roma). 2002년 창단해 역사는 짧지만 지난해 뉴욕 카네기홀 등 미국 7개 도시 연주를 여는 등 최근 떠오르는 곳이다. 나씨는 이 악단 상임지휘자인 프란체스코 라 베키아의 지휘로 오페라 아리아를 연주했다.



 나씨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공부한 뒤 독일 아헨 오페라극장 전속가수로 활동했다. 독일어권에서 12년을 보내며 다양한 무대에 출연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공연만큼은 미뤄왔다. “아무래도 이탈리아에서 오페라 아리아를 부르는 것은 아주 큰 부담이에요. 이번에도 각오를 단단히 하고 왔습니다”라고 했다.



 오페라에 대한 이탈리아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청중 중엔 작은 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르는 이도 많았다. 성악가의 호흡이 바뀔 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나씨의 노래는 풍성했다. 타고난 긴 호흡이 주는 안정감과 여유가 돋보였다. 특히 ‘라보엠’의 미미와 ‘토스카’의 토스카를 동시에 소화했다는 점에서 높게 살 만했다. 청순함과 드라마틱함을 동시에 갖춰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소리의 리릭 소프라노인 나씨는 상반된 배역을 자연스럽게 넘나들었다.



 이번 공연에선 푸치니의 작품을 주로 불렀지만, 조금 더 무거운 소리를 요구하는 베르디의 노래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소프라노였다. 최근 한국 소프라노들의 목소리가 가벼워지고 있는 경향에 비춰볼 때 국내 오페라 무대에서도 활용할 가능성이 커 보였다.



 “이탈리아인인 지휘자는 연습 때부터 혹독한 훈련을 시켰어요. 발음 교정은 물론 내가 부르던 방식과 전혀 다른 호흡을 요구하기도 했죠. 무대에서 나도 모르게 옛 버릇이 튀어나올 때마다 청중들이 바로 알아차렸습니다. 자기 나라 노래에 정통한 이탈리아인의 감각을 느낄 수 있었어요.”



 나씨는 이번 무대를 위해 이탈리아 출신 소프라노들의 오래된 명반을 비교·분석했다. 2001년부터 연세대 음대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오랜만에 학생 기분으로 돌아가 많은 것을 배운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유럽 무대를 계속 공략할 계획이다. 10월엔 뮌헨 무대에 오른다. “오페라의 본고장에서 확실히 인정받는 가수가 될 것”이라는 다짐과 함께다.



로마=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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