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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세로 1m에 티끌 8개 안 돼야 재생용지 Good Recycle 인증”

중앙일보 2011.06.06 00:45 종합 16면 지면보기



국내 첫 GR 인증 받은 한솔제지 장항공장 르포



한솔제지 장항공장 창고에 신문지·우유팩 등 폐지로 만든 재생 펄프 덩어리가 쌓여 있다.











폐지를 재활용해 만든 종이를 건조하고 있다.











종이를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있다.











국내 최초로 친환경 인증을 받은 재생용지가 창고에 쌓여 있다.



회색빛이 감도는 축축한 폐지 덩어리. 과연 이것으로 종이를 만들 수 있을까.



 지난달 27일 한솔제지 장항공장 펄프 창고. 정태민(37) 한솔제지 기술환경팀 차장은 “신문지나 우유팩 같은 폐지를 모아 잉크를 빼 만든 재생 펄프”라고 소개했다. 재생 펄프는 곧 대형 수조로 옮겨져 70~80℃의 물과 섞인 ‘쌀죽’ 상태로 바뀌었다. 정 차장은 “이렇게 펄프에 물을 섞어야 쉽게 가공할 수 있다”며 “‘쌀죽’ 덩어리를 천연 펄프와 3대7 비율로 섞으면 친환경 종이의 기초 재료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후부턴 건조 과정이다. 종이라고 하기엔 물컹물컹한 액체의 물기를 빼 종이로 만드는 것이다. 액체는 ▶빠른 속도로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물을 빼고 ▶무거운 롤러로 찍어 누르고 ▶진공관에서 압축하고 ▶증기로 가열하는 과정을 거쳐 비로소 새하얀 종이로 바뀌었다. 공장은 액체를 건조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한 열 때문에 후끈후끈했다.



 한솔제지 장항공장에선 폐지를 재활용해 국내 최고 수준의 친환경 고급지(아트지)를 만든다. 아트지는 고화질로 인쇄하는 기업 카탈로그나 포스터에 주로 쓰인다. 교과서를 만들 때도 쓰는 종이다.



지난해엔 이 공장에서 만든 아트지가 국내 제지업계 최초로 GR(Good Recycle·친환경) 인증을 받았다. 정 차장은 “일반 재생지는 재생 펄프 비율이 10%밖에 안 되지만 여기서 만든 아트지는 30% 수준”이라고 말했다.



 재생지를 만들 때의 관건은 제조 과정에서 불순물을 최소화하는 것. 각종 폐지를 재활용했기 때문에 철심이나 잉크·먼지 등 각종 이물질이 섞일 수밖에 없다. 이 이물질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정 차장은 “재생지라고 해서 노란 빛이 감도는 휴지나 신문지를 생각하면 오해”라며 “천연 펄프로 만든 종이와 품질에 거의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GR 인증을 받으려면 가로·세로 1m 규격의 용지에서 눈에 보일락 말락 한 ‘티끌’ 같은 점이 8개 이하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공장에서 나온 폐수를 모은 연못에선 잉어 수십 마리가 헤엄치고 있었다. 공정이 까다로운 만큼 제조원가는 더 든다. 정 차장은 “원료를 더 넣고 가공 공정이 늘어 천연 펄프로 종이를 만들 때보다 제조원가가 더 높다. 하지만 가격은 일반 종이와 같다”며 “친환경 종이 제조회사에 대한 정부의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선진국에선 친환경 용지를 만들 때 들어가는 재생 펄프 비율을 30%까지 끌어올리는 추세다. 이용기 장항공장장은 “ 꾸준히 친환경 종이 수요가 늘 전망”이라며 “400억원을 투자해 재생지 제조설비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항=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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