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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원전 안전, 대만과도 논의하자

중앙일보 2011.06.06 00:22 종합 29면 지면보기






고이케 유리코
일본 자민당 총무회장
전 방위상




지난달 21일 이명박 대통령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피해가 극심했던 지역을 찾아 임시 대피소에 살고 있는 피해자들을 위로했다. 간 총리는 일본을 찾은 두 정상에게 후쿠시마산(産) 방울토마토를 시식하게 함으로써 일본산 농산물의 안전성을 홍보했다. 이어진 정상회담에서 3국 정상은 원자력 발전 안전, 재난 예방, 경제 성장, 환경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서로 도울 것을 약속했다. 일본은 대지진과 원전 위기를 통해 얻은 교훈을 한국, 중국, 다른 국제 사회와 나누기로 했다.



 총리에게 우선 순위는 그의 내각이 권력을 유지하는 것이지 주변국들에 잠재적 위협이 될지 모르는 상황을 알리고, 안심시키는 것이 아니었다. 정상회담에서는 이러한 우려에 대한 합의도 나왔다. 원전 안전 문제에 대한 정보를 주변국과 공유할 것을 강조하고, 비상상황 발생 시 주변국에 신속히 알리기 위한 매뉴얼을 만들고, 향후 원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서로 전문가를 파견하는 등의 조치를 구체화했다. 후쿠시마 원전 위기로 한국과 중국에서 원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현실에서 민간 원자력 발전에 대해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과 중국은 지진 피해 지역에 인도주의적 지원과 경제적 원조를 제공해 왔다. 하지만 일본에 처음으로 구조대를 보낸 나라는 대만이었다. 대만은 또 단일 국가로는 가장 많은 성금을 보내온 나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제대로 된 감사의 표시를 하지 않았다. 주요 일간지에 일본을 지원해준 각국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는 광고를 싣는 정도가 전부였다.



 마잉주 대만 총통은 국민들이 일본을 돕기 위해 마련한 성금의 엄청난 규모에 놀랐다. 그는 그동안 양자 간 경제 협조에 기반한 친(親)중국 정책을 펴 왔다. 하지만 일본을 성원하는 민심에 맞춰 입장을 조정했다. 마잉주 정부는 2025년까지 대만 내 원자력 발전소 가동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야당 민진당의 정책을 경계해 왔다. 대만에는 현재 3기의 원전이 가동 중인데 후쿠시마 원전처럼 세 개 모두 해안가에 있다. 2기는 수도 타이베이로부터 20㎞ 내에 있고, 만약 대규모 원전 사고가 발생할 경우 타이베이 시민 대부분은 피난이 불가능하다.



 1999년 시작된 네 번째 원전 건설은 이듬해 천수이볜 전 총통에 의해 중단됐다. 이 같은 정책은 당시 야당인 국민당의 반대에 부닥쳤고, 건설이 다시 시작됐지만 설계 변경 때문에 완공은 계속 미뤄졌다. 지역 주민들의 반대 여론은 여전하다.



 한·중·일은 정상회담에서 민감한 원전 안전 문제에 대해 직접 논의하는 것을 피했다. 대신 원전 안전을 위해 서로 협조하고 정보를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대만을 빼놓고서는 지역 전체 안전 보장은 요원하다. 대만은 동아시아 원전 안전 문제를 논의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모임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원전 안전 문제를 우려하는 중국은 대만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



고이케 유리코 일본 자민당 총무회장 전 방위상

정리=이에스더 기자 ⓒ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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