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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세금 낭비, 지방의회 청문회에 세워라

중앙일보 2011.06.06 00:12 종합 30면 지면보기






김종윤
내셔널 데스크




청문회는 원래 국회의 전용 상품이었다. 국회법에 그렇게 돼 있다. 국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증인·참고인·감정인 등을 채택해 신문할 수 있다. 1988년에 도입돼 그해 11월에 5공 비리와 관련한 일해재단 청문회가 열리면서 국내에 청문회 시대를 열었다.



 지방의회에서는 청문회를 열 수 없다. 법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용인 시의회가 지난주에 연 경전철 청문회는, 사실은 ‘경전철 조사 특별위원회’였다. 이런 형식, 중요하지 않다. 청문회란 이름을 붙이지 못했을 뿐 내용은 청문회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사특위를 계속 청문회로 부르겠다)



 용인시의 경전철은 막장 드라마와 다를 바 없었다. 실적에 눈이 먼 전임 시장들은 시민의 세금을 남의 돈이라고 생각하고 펑펑 썼다. 예상 승객 수를 뻥튀기해 시민을 속였다. 그렇다고 다 지은 철로와 열차를 부술 수도 없다. 지금 열차는 창고 안에 들어가 있고, 철로는 녹슬고 있다. 막장 드라마의 결과는 30년간 1조6500억원의 적자를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용인시의 재앙’이었다.



 이런 재앙의 원인을 지방의회 사상 처음으로 청문회를 열어 파헤치겠다고 하니 기대가 컸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빈 수레가 요란했다는 소리가 나온다. 예강환·이정문 전 시장과 이우현 전 시의회 의장 등을 증인과 참고인으로 출석시켜 캐물었지만 이들은 대부분 “모른다” “내 책임이 아니다”라는 발뺌으로 일관했다. 공무원들도 “위에서 시켜서”라며 오리발만 내밀었다. 절차상 위법만 없다면 이들은 법의 심판에서 자유롭다. 세금 낭비에 대한 구상권 청구도 불가능하다. 소리만 요란했지 별 소득이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하지만 첫걸음부터 많은 걸 기대할 수는 없다. 이번 청문회는 세금 낭비에 대한 시의회의 첫 견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나름대로 성과도 있었다.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은 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전임 시장들은 이를 무시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민간사업자와 맺은 협약서를 고의로 감춘 것도 드러났다. 앞으로 의회가 고발까지 검토할 수 있는 부분이다.



 더 중요한 성과는 시민들에게 각성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막장 드라마의 전개 과정을 지켜본 시민들은 “내 탓이오”라며 가슴을 쳤다. 눈앞의 감언이설에 속아 내 주머니가 털리는 것도 몰랐다는 자책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이건 변화가 싹트는 신호다. 시민들 사이에 앞으로 정신 바짝 차리고 세금을 감시하겠다는 공감대가 퍼지고 있다. 이런 까닭에 지방의회의 청문회는 계속돼야 한다. 인천시도 ‘짓는 데 850억원, 허무는 데 250억원’의 세금을 날리게 된 월미은하레일 사업의 책임자를 가리기 위한 청문회를 곧 열 예정이다. 용인·인천시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전국의 시·군·구 의회가 세금 낭비를 뿌리 뽑기 위한 활동에 들어가야 한다. 지방의회가 쉽게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작은 물방울이 떨어져 바위를 부수는 법이다. 민주주의의 종착역은 ‘세금 감시’다.



김종윤 내셔널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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