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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한국계 미국 대사

중앙일보 2011.06.06 00:09 종합 31면 지면보기








요즘 국제 무대의 키워드는 ‘소프트 파워’다. 군사력·원조 같은 ‘하드 파워’ 대신 설득과 감성적 터치가 더 효과적이니 이를 구사하잔 얘기다. 하버드대 조셉 나이 교수가 도입한 이 개념은 노자 철학에서 비롯됐다. 자신이 누차 밝혔듯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柔弱勝剛强)”는 게 핵심이다. “한없이 무르고 약한 물이 바위를 뚫는다”는 노자의 지혜를 빌려온 거다.



 최근 소프트 파워를 유난히 강조하는 나라는 미국이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남용했던 ‘힘의 외교’의 폐단을 절감한 탓일 게다. 하여 지난해 말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외교청사진을 밝히며 “21세기 외교관은 시골 부족 원로도 만나고 줄무늬 정장 외에 멜빵바지도 입어야 한다”며 감성 외교를 촉구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지난 3월 중국계 3세인 게리 로크 상무장관이 주중대사로 내정된 것도 소프트 외교의 일환으로 읽힌다. 외교 수립 167년 만의 첫 중국계 대사가 될 그는 가난을 딛고 명문 예일대를 나온 뒤 워싱턴 주지사에까지 오른다. 아시아계 사상 첫 주지사였다. 마침 주지사 공관은 그의 할아버지가 하인으로 일했던 집에서 불과 1.6㎞ 떨어졌었다. 하여 로크는 “이 1.6㎞를 오는 데 100년이 걸렸다”면서도 “누구든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아메리칸 드림을 또다시 보여준 것”이라고 연설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외에도 그는 방송기자 출신의 중국계 아내 때문에도 유명세를 치렀다. 우선 장인이 중국 국부로 존경받는 쑨원(孫文) 장남의 양아들이다. 핏줄은 아니지만 부인이 쑨원 증손녀인 셈이다. 그는 또 아내를 얻기 위해 “당신을 사랑한다”는 배너를 단 헬리콥터를 띄우기도 했다. 이런 특별한 인물이 미 대사로 온다니 중국에선 대대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CC-TV는 그의 성공담을 특별프로로 제작해 방영하기도 했다.



 물론 주재국 출신 대사를 보내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때론 출신지만 챙기다 존재감이 없거나 형편없는 인물을 골랐다는 험담도 듣는다. 아프간 출신으로 이 나라 미 대사였던 잘마이 칼리자드가 그랬다. 독재자로 지목되는 카르자이 대통령과의 밀착 탓이었다.



 한국계 성 김 6자회담 특사가 주한 미 대사로 내정됐다 한다. 비슷한 배경으로 자칫 중국에 가는 로크와 비교될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김 내정자는 어떤 전임자보다도 한국 정서를 잘 이해할 걸로 기대된다. 누가 뭐라든 피는 물보다 진한 것 아니겠는가.



남정호 국제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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