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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사찰 증축’ 불교계에 선물

중앙일보 2011.06.03 01:34 종합 12면 지면보기
집권 이후 불교계와 사사건건 충돌했던 이명박 정부가 화해의 손짓을 보내기 시작했다. 굵직한 불교계 민원들을 대폭 수용하는 선물 보따리를 잇따라 풀고 있는 것이다. 핵심은 건축 관련 규제 완화다.


대지면적 1만㎡까지 늘릴 수 있게
정부, 불교계 민원 잇단 수용

 국토해양부는 2일 대도시 주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과 도시자연공원 등에 위치한 전통사찰을 증축할 때 대지면적을 최대 1만㎡까지 더 늘리는 것을 허용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개발제한구역 내 문화재는 대지면적이 건축면적의 2배를 넘을 수 없다. 물론 오래전부터 대지가 건축면적의 두 배를 초과한 곳은 현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곳도 필요에 의해 건물을 더 짓는 경우에는 현 대지에 지어야 한다. 대지를 더 넓힐 수 없는 것이다. 템플스테이 보급을 추진해온 불교계로선 답답할 따름이었다.



 대표적인 게 부산 범어사다. 이 사찰의 대지는 3만7440㎡로 건축면적(5341㎡)의 7배에 이른다. 현행법상 현 대지 안에 요사채(승려가 거처하는 집) 같은 건물을 더 지을 순 있다. 그렇지만 건물만 더 지으면 조밀해진다. 템플스테이는커녕 평소 종교활동에도 지장이 있다는 게 불교계 입장이다. 국토부 녹색도시과 손동권 사무관은 “개발제한구역 안에 있는 118개 전통사찰 대부분이 이런 문제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는 그동안 규정을 고쳐달라는 불교계 요구를 외면했다. 게다가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예산을 단독처리하는 과정에서 여당이 약속한 템플스테이 지원예산을 정부가 몽땅 삭감해버리자 불교계가 폭발했다. 놀란 정부와 여당이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한 게 이번 조치다. 불교계 요구대로 이미 대지가 건축면적의 2배를 초과한 곳도 1만㎡까지는 대지를 늘려주겠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또 보전부담금이 부과되는 전용면적 기준을 지금의 건축물 바닥면적 전체에서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부담금이 비슷한 비율로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5일 국토부는 보전지역 내 전통문화유산의 건폐율을 현행 20%에서 30%로 늘려주는 내용의 국토계획법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건폐율은 대지 면적 대비 건물 1층 바닥의 면적이다. 이를 늘려주면 경내 건물의 증·개축이 쉬워진다. 대지를 늘릴 수 없는 경우에도 바닥면적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의 유병권 도시정책관은 “개발제한구역과 보전지역 내 모든 전통문화유산의 보전을 쉽게 하고 증축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녹지·자연환경보전·농림·보전관리지역 등 각종 보전지역에 있어 이번 조치의 혜택을 보는 전통문화유산은 모두 1025개다. 이 중 816개가 전통사찰이다. 사실상 불교계를 위한 조치인 셈이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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