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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파운드짜리 축구팀’ 스완지의 기적

중앙일보 2011.06.03 00:44 종합 24면 지면보기



10년 전 1파운드에 팔린 쓰린 기억
한때 전기료도 내지 못하던 시절도
로저스 감독의 패스 축구 빛 봐
3부리그 승격 5년 만에 당당히 1부



스완지의 스티븐 도비(등번호 14번)가 지난달 3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구장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로축구 챔피언십(2부리그) 플레이오프 결승에서 레딩을 상대로 팀의 세 번째 골을 터뜨린 후 동료와 끌어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런던 로이터=뉴시스]











로저스 감독



‘축구의 성지’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지난달 31일(한국시간)의 일이다. 웨일스 클럽 스완지시티가 영국 런던의 웸블리경기장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로축구 챔피언십(2부리그) 플레이오프 결승에서 레딩을 4-2로 꺾었다.



 이 승리의 의미는 각별하다. 첫째, 스완지는 프리미어리그(EPL)로 승격했다. 다음 시즌부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아스널 같은 빅클럽을 상대로 경기한다. 둘째, 역사를 썼다. 웨일스 연고팀으로서는 처음으로 EPL에 진출한 것이다. 셋째, 10년 전 단돈 1파운드에 팔려다닌 비운의 클럽이 연수입 9000만 파운드(약 1600억원)를 보장받게 됐다. 신데렐라가 터뜨린 잭팟이다.











 경기가 끝난 뒤 스완지 선수들은 감격을 이기지 못하고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스완지시티는 인구 23만 명의 작은 도시다. 이 작은 도시에서 서포터 4만 명이 웸블리경기장으로 달려와 관중석 한쪽을 가득 메웠다. 물론 이들도 기적의 일부였다. 관중석은 환호에 파묻혀 떠나갈 듯했다. 감동이 흘러넘친 이날의 웸블리는 승부조작 스캔들로 인해 상처받은 K-리그를 돌아보게 했다. K-리그의 어두운 구석에서 축구정신과 자부심은 이리저리 팔려다녔고, 꿈과 열정 따위는 유린됐다. 그러나 스완지는 오로지 축구만을 향한 팬과 구단, 그리고 선수들의 열정이 어떤 기적을 일으키는지를 보여주었다.



 2001년 스완지 클럽은 파산을 눈앞에 뒀다. 공중분해 일보 직전에 호주의 사업가 토니 페티가 주도한 컨소시엄에 소유권이 넘어갔다. 매각 대금은 1파운드. 클럽이 낯선 사업가의 손에 넘어가자 팬들이 들고 일어섰다. 팬들의 압력으로 페티는 2002년 멜 너스가 이끄는 컨소시엄에 클럽을 넘겼다.



 너스는 웨일스 출신으로 스완지에서 선수로 뛴 인물이었다. 이때부터 지역 경제인들의 지원이 시작됐다. 팬들은 클럽 지분 20%를 인수하며 정성을 보탰다. 스완지는 2006년부터 힘을 냈다. 그해 3부리그로 승격했고, 2년 뒤엔 2부리그로 치고 올라갔다. 그렇다고 재정이 확 호전된 것은 아니다.



 휴 젠킨스 스완지 회장은 “전기요금을 내지 못할 때도 있었다. 홈구장을 보수할 때 인부들에게 줄 돈이 없어 시즌 티켓을 나눠주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2부리그에서 우리보다 예산이 적은 팀은 반즐리나 스컨소프 정도”라고도 했다. 스컨소프는 올 시즌 3부리그로 강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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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사회의 열정에 선수들도 화답했다. 지난해 브렌던 로저스(38) 감독과 운명적인 만남은 선수들의 의지에 불을 붙였다. 로저스 감독은 섬세한 축구를 추구하는 지도자였다. 스완지는 올 시즌 경기당 526개의 패스를 기록했다. EPL에서 패싱플레이로 유명한 아스널보다 98개나 많다. 2부 리그 평균(312개)의 거의 두 배다.



 스완지가 EPL 승격을 확정지은 웸블리경기장은 5월 29일 바르셀로나가 맨유를 3-1로 이기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곳이다. 바르셀로나의 패싱 게임이 맨유의 공간 축구를 압도했다. ‘스완질로나’는 바로 바르셀로나 방식으로 맨유 방식을 고집한 레딩을 제압했다.



 로저스 감독은 “축구의 신이 우리와 함께했다. 우리는 홈경기 성적이 2부 리그 최고다. 팬들의 열정과 경쟁의식, 그리고 좋은 선수들이 함께 일군 결과다. 우리의 스타일을 EPL에서도 바꾸지 않겠다”고 포효했다.



 웨일스는 독립된 프로리그를 갖고 있다. 그러나 1913년 창단된 스완지는 1921년, 카디프시티는 2003년 잉글랜드 리그에 가입했다.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심사를 거쳐 두 클럽의 가입을 승인했다.



 웨일스 클럽의 EPL 입성은 주목할 만한 이슈다. 웨일스의 월드컵 경험은 58년(스웨덴)이 유일하다. 그러나 축구에 대한 자부심과 잉글랜드에 대한 경쟁심은 엄청나다. 이안 러시(전 리버풀), 마크 휴즈(전 맨유)와 라이언 긱스(맨유)가 웨일스 출신이다. 다음 시즌 스완지의 축구는 뜨거울 것이다.



장치혁 기자



◆잉글랜드 프로축구 승강제=프리미어리그(1부리그) 최하위 3개 팀(18~20위)이 자동 강등된다. 챔피언십(2부리그) 1, 2위 팀이 자동 승격하며 3~6위가 플레이오프로 한 장의 티켓을 다툰다. 3위-6위, 4위-5위가 홈&어웨이 방식으로 경기하고, 승리한 두 팀이 단판으로 겨뤄 이긴 팀이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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