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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B가 푼 달러 절반만 실물 경제로 … 버냉키 ‘후쿠이·에클스 악몽’ 재현하나

중앙일보 2011.06.03 00:23 경제 4면 지면보기



2차 양적 완화 종료 또다른 시한폭탄





그날이 다가오고 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2차 양적 완화(QE)를 끝내는 6월 말이다. 요즘 글로벌 시장은 중환자의 산소 호흡기를 제거하는 D데이를 앞두고 있는 듯하다.



 주치의 격인 버냉키는 그날 이후 과정을 이미 밝혔다. 그는 올 4월 27일 기자회견에서 “FRB가 보유한 채권의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이를 재투자해 자산 규모를 줄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출구전략을 시작한다면 첫 단계로 채권 만기로 받은 돈을 재투자하지 않는 것부터 한다”고 말했다. 양적 완화를 끝내더라도 당장 긴축하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얼핏 보면 그날 이후 상황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정작 글로벌 시장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국의 자금 수요가 시원찮아서다. 풀어 놓은 돈이 기업과 가계로 흘러가 투자와 소비 증가, 그리고 일자리 창출로 잘 이어지지 않고 있다. FRB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 5월 중순까지 6840억 달러(약 745조5500억원)가 시장에 공급됐다. 이 가운데 기업과 가계까지 전달된 돈은 3260억 달러 정도다. FRB가 공급한 통화 가운데 절반도 되지 않는 돈만이 실물 영역에 도달한 셈이다. 기업과 가계가 빚 갚는 데 집중해 자금 수요가 이전 같지 않다. 나머지는 금융권을 뱅글뱅글 돌고 있을 뿐이다. 이런 와중에 FRB가 산소 호흡기를 떼면 미 실물 경제는 깨어나기 힘들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 자금 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양적 완화를 중단했다가 곤욕을 치른 인물이 둘 있다. 후쿠이 도시히코(사진 왼쪽) 전 일본은행(BOJ) 총재와 매리너 에클스(오른쪽) 전 FRB 의장이다. 후쿠이는 2006년 상반기 ‘잃어버린 10년’이 끝났다며 양적 완화를 중단했다. 에클스는 1936년 대공황 끝을 선언하고 통화공급 확대(양적 완화)를 끝냈다. 두 사람 모두 얼추 6개월 뒤부터 경기침체에 시달려야 했다. 미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최근 보고서에서 “버블 붕괴 이후 급격히 줄어든 자금 수요를 살리는 방법은 아직도 수수께끼”라고 지적했다. 이것이 그날 이후에도 버냉키가 일정 기간 통화 공급을 늘려갈 것이란 예상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까닭이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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