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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남북회담사에 이런 막가파식 행보 없었다”

중앙일보 2011.06.02 02:18 종합 2면 지면보기
북한 국방위원회가 지난달의 남북 베이징 비밀접촉을 공개한 것은 1일 오후 2시55분이었다. 당시 기자들에게 한·태평양 도서국 외교장관회의를 브리핑하던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 소식을 전해 듣곤 “사실관계를 확인해서 말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이후 3시간 가까이 국방위가 접촉 대상으로 거명한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은 물론 천영우 외교안보수석 등 청와대 주요 인사들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사이 임태희 대통령실장 주재로 내부 대책회의가 이어졌다. ‘공식 반응’이 나온 건 오후 5시47분이었다. “청와대에선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을 것이다”(박정하 춘추관장)가 공식 입장이었다. 대신 통일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우리의 진의를 왜곡한 일방적 주장으로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는 입장이 발표됐다.


당혹하고 불쾌한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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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는 당혹하고 불쾌한 기류가 역력했다. “북한이 대부분 사실이 아닌 얘기로 한 방 먹였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남북 회담사에서 이 같은 북한의 막가파식 행보는 없었다”고 탄식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날 북한 국방위 주장에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우리 측 대응방안에 대해선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내년 3월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 초청할 의사가 있다는 이른바 ‘베를린 제안’을 한 이후 남북관계 개선에 의욕을 보여왔다. 18일엔 남북 간 실무접촉을 통해 현 정부의 ‘진의’를 북한에 전달했다고까지 밝혔었다.



 북한 국방위 대변인의 1일 발언은 그러나 사실상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제로로 만든 것이라는 게 여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남북 비밀접촉 내용과 남측 인사 실명을 처음으로 공개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또 현 정부에 정치적 타격까지 주려 했다. “‘제발 북측에서 볼 때는 사과가 아니고 남측에서 볼 때는 사과처럼 보이는 절충안’이라도 만들자고 애걸했다” “정상회담 개최를 빨리 추진하자며 돈봉투를 내놓았다”는 등의 주장을 통해서다. 이에 협상 과정을 아는 정부 인사는 “북한의 주장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청와대 내부에선 북한과 관련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때가 됐다는 견해도 나온다. 임기 중 북한과 의미 있는 대화를 하는 게 가능하겠느냐, 차라리 정상회담을 포기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 등의 ‘대북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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