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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 2만원대 사비까지 내가며…잇단 000닷컴 왜?

중앙일보 2011.05.31 15:51






이지아와 옥주현 (사진 출처=중앙포토)







MBC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출연 가수 옥주현을 타깃으로 한 옥주현닷컴의 채팅방이 개설된 지 하루만에 폐쇄됐다. 처음 이 사이트가 문을 열 때(30일) 개설자는 ‘나가수’ 제작진이 옥주현의 노래를 듣고 있는 청중평가단의 표정을 짜깁기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글과 사진을 올려놨다. 사이트 채팅방에는 옥씨를 비방하고 뜻을 알 수 없는 반복 글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이렇게되자 개설자는 다음 날 ‘특정 인물에 대한 근거 없는 루머와 비방을 차단한다’는 공지를 올리며 채팅방을 폐쇄했다.



이지아닷컴ㆍ임태훈닷컴 등 유명인 이름을 딴 닷컴이 처음 등장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해당 인사에 대한 갖가지 의혹을 제기했고 해명을 요구했다. 방문자들은 욕설과 비난 댓글을 올렸다. 방문자 접속이 폭주해 사이트가 다운되는 현상까지 벌어졌었다.



어느 새 XXX닷컴은 특정인을 비난하기 위한 사이트로 변질돼 가는 양상이다.



◇이슈만되면 도메인 선점=옥주현닷컴ㆍ이지아닷컴ㆍ임태훈닷컴을 누가 개설했을까. 옥주현닷컴 개설자 A씨는 옥씨가 악성 루머에 휩싸인 25일 도메인을 선점했다. 이후 ‘나가수’ 제작진 편집 의혹 사진을 사이트에 올렸고 채팅방을 만들었다. 이날 오전, 이와 비슷한 옥주현.co.kr도 개설됐다. 개설자 B씨는 이 사이트를 옥주현닷컴으로 연결했다. 이지아닷컴과 임태훈닷컴의 경우 개설자 이름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메일 주소만 있다.



이들 사이트의 도메인은 모두 1년짜리로 계약돼 있었다. 특정 도메인을 등록하려면 호스팅업체를 통해 1년 단위의 유지비를 내야 한다. com이나 co.kr의 경우 2만4000~3만원 가량이다.



개설자들에게 사이트를 연 이유를 이메일로 문의했으나 B씨만 “핫이슈가 돼 도메인을 샀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니까 옥주현.com으로 돌려놨다”며 “별 뜻 없다. 그냥 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이름 도메인을 등록할 수 있다. 그러나 당사자와 분쟁이 발생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름 도메인이 악용되면 해당 이름을 쓰는 사람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 이런 분쟁은 인터넷주소분쟁조정위원회에서 조정한다. 올해 초 할리우드 배우 찰리 신은 자신의 이름을 도메인으로 등록해 악성 댓글을 남긴 이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도메인 소유권을 빼앗았다.



◇과시욕?수익용?=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투명하지 못한 사회 분위기에서 과시욕이 작용해 생긴 것이라고 분석한다. 중앙대 신광영(사회학) 교수는 “사실 자체를 규명하는 것보다 의심부터 하는 사회분위기”라며 “의혹과 의문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며 ‘내가 진실을 파헤치겠다’는 과시를 하고 싶은 행동이 표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 어기준 소장은 “이슈의 중심에 선 자신을 스스로 인정하고 싶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당사자가 어떤 피해를 받을지에 대해선 고민하지 않는 것 같다”며 “악성 댓글을 방치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돈을 벌 목적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슈가 될 때 도메인을 선점한 뒤 분위기가 잠잠해지면 해당 유명인에게 도메인을 팔려고 든다(호스팅업체 관계자)”는 것이다.



사회적 이슈를 도메인으로 등록하기도 한다. 농심 새우깡에서 쥐 사체 일부가 발견되자 한 네티즌이 ‘생쥐깡.kr’을 등록해 관련 패러디물을 올려놨다. 대운하 정책이 쟁점 사안으로 떠올랐을 땐 ‘한반도대운하.com’이 개설됐고 이에 반대하는 네티즌의 집결지가 됐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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