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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시각장애인연합회밴드 ‘소리에 사랑을 싣고’

중앙일보 2011.05.31 03:30 1면 지면보기
얼마 전 방영된 한 방송 예능프로그램에서 시각장애 피아니스트 정명수의 연주를 본 시청자들이 큰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연주실력도 놀랍지만 장애를 딛고 꿈을 이룬 그의 사연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천안에도 세상을 향해 희망을 담아 노래하는 시각장애인밴드가 있다. 실력은 부족하지만 열정만큼은 수준급이다. 음악을 통해 사라진 빛 대신 마음의 행복을 찾은 당찬 젊은이들을 만났다.


화려한 조명 없어도 좋다
희망 노래하는 젊은이들

글·사진=강태우 기자



‘음감 제로’ 청년들이 음악인 되다









충남시각장애인협회밴드 맴버들은 악보가 없다. 머릿속에 그릴 때까지 연습을 한다. 열정 앞에 장애는 ‘작은 점’에 불과했다.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한 박민수·장영운군, 6살 때 외부 충격으로 시신경이 손상돼 시력을 잃은 김태형군, 초등학교 때 병을 얻어 눈을 잃은 박정규군, 선천성 질환으로 시력 장애를 앓고 있는 유현진양. 모두 음악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20대들이 음악 밴드를 결성했다.



 악보 없이 악기를 어떻게 연주 할 수 있을까. 모두에게 같은 공통점이 있었다. 악기를 다룰 순 없었지만 음악을 즐겨 듣는 마니아들이었다. 그들의 마음 속에는 늘 ‘듣는 음악에서 연주하는 음악’을 하겠다는 꿈이 있었다.



 이들은 각자 맡은 악기가 있다. 김태형(29·드럼), 박민수(26·베이스기타), 장영운(25·키보드), 박정규(25·기타 및 보컬), 유현진(23·메인 보컬). 현재 그들이 잡은 악기소리는 비장애인이 들어도 손색없을 정도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악기 하나 다룰 줄 모르던 ‘초짜’들이었다.



 김태영군은 드럼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 학창시절 관악부에서 기타를 다룬 게 유일한 경험이었다. 김군은 기타를 처음부터 다시 배웠다. 각종 기타 코드를 머릿속에 모조리 외웠다. 감을 잡은 김군은 바로 드럼연습에 들어갔다. 하지만 큰 고민이 앞을 가로 막았다. 앞이 보이질 않으니 문제였다. 터치감을 잡는 게 큰 과제였다. 음악을 가로 막는 장애물은 끝없는 노력과 열정 앞에서는 생각보다 큰 장애가 되지 않았다.



 메인 보컬이자 막내인 유씨 역시 초보였다. 취미로 노래방 다닌 게 전부다. 그녀에게 2년 전 오디션을 보라는 연락이 왔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평소 부르지 않던 노래를 밤낮으로 불렀다. 그녀의 노래는 처음엔 맴버들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꾸준한 연습과 선배들의 지도에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늘었다. 지금은 여성 특유의 힘 넘치는 목소리에 선배들의 칭찬이 쏟아진다. 베이스기타와 건반을 맡고 있는 박군과 장군도 손이 부르트도록 줄을 튕기고 건반을 눌렀다. 앞을 볼 수 없다는 약점은 ‘작은 점’에 불과했다.



‘어려운 사람 희망’되는 게 목표















천안시 동남구 삼룡동 충남시각장애인복지관. 주말(28일)을 맞아 가방을 둘러맨 청년들이 하나 둘 복지관 안으로 들어섰다. 잠시 뒤 조용하던 복지관에 악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시간이 되면 복지관엔 음악소리가 흐른다. 매주 토요일은 충남시각장애인연합회밴드 ‘소리에 사랑을 싣고’가 정기적으로 연습하는 날이다.



 3.3㎡ 남짓의 작은 연습실에서 맴버 5명의몸풀기가 한창이었다. 본격적인 연습에 앞서 지그시 눈을 감고 귀를 쫑긋 세워 각자의 악기 코드를 잡는 표정에서 진지함이 묻어 나왔다.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오로지 손의 감각과 소리에 집중해야 한다.



 가수 이문세의 ‘붉은 노을’을 편곡한 키보드 반주가 시작되고 드럼의 경쾌한 박자에 맞춰 기타와 베이스기타가 흥을 돋웠다. 한데 어우러진 음악소리에 여성이 부르는 노래는 또 다른 묘미를 자아내고 있었다. 저마다 악기를 감각적으로 다루는 손놀림은 여느 전문 음악가 못지 않은 실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좋아하는 사람이 한 명 있다. 고난을 딛고 세계적 오페라가수로 이름을 알린 ‘폴포츠’다. 그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맴버들은 그의 꿈을 향한 포기하지 않는 열정을 사랑한다. ‘외모도 가난함도 꿈을 향한 집념이 있었기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준 폴포츠 이야기에 감동했기 때문이다.



 ‘소리에 사랑을 싣고’는 시각장애인들의 문화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2006년 아산사회복지재단 후원을 받아 결성했다. 2007년부터 5년째 충남도의 후원을 받고 있다. 2007년 첫 공연을 시작으로 2009년 2회, 2010년 4회, 2011년엔 현재까지 6회의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밴드 매니저 공성수 팀장(충남시각장애인복지관)은 “맴버 모두는 공연이 끝난 후 파트별 문제점을 얘기하면서 좀 더 나은 공연을 위해 노력한다”며 “앞으로 연주실력을 높여 단독공연을 비롯한 다양한 공연을 펼쳐 비장애인뿐 아니라 소외계층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밴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충남시각장애인연합회밴드 ‘소리에 사랑을 싣고’ 주요 활동



2006년 5월 아산사회복지재단 후원으로 시각장애인 밴드 ‘소리에 사랑을 싣고’ 결성

2007년~현재 충남도 후원으로 밴드 운영

2007년 5월 충남시각장애인경로행사 공연

2008년 5월 판페스티발 2008 ‘판 프린지’ 자유공연

2009년 3월 제1회 사랑&나눔 희망 음악회

2009년 12월 시각장애인과 함께하는 송년 시낭송 콘서트

2010년 3월 제2회 사랑&나눔 희망 음악회

2010년 4월 제30회 천안시 장애인의 날 행사

2010년 12월 어울림 한마당 음악회

2010년 12월 행복나눔리더 컨퍼런스

2011년 4월 제6회 사랑&나눔 희망 음악회

2011년 4월 연극 ‘open your eyes’ 식전 공연(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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