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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있는 연극, 미드썸머

중앙일보 2011.05.31 03:15



정반대 성격의 서른다섯 동갑내기 남녀, 일상과 일탈 이야기







‘Change is possibie’



 주차장 전광판에서 반짝이는 이 문구를 여자(헬레나)는 ‘거스름돈 있음’으로, 남자(밥)는 ‘변화는 가능하다’로 읽는다. 연극 ‘미드썸머’(연출 양정웅)는 이처럼 지적이고 현실적인 여자와 무모하고 이상적인 남자 이야기를 그린다. 직업도 여자는 변호사, 남자는 범죄조직 하수인이다. 눈을 씻고 봐도 어울릴 구석이라고는 없는 남녀다. 둘의 공통점이라면 서른 다섯이라는 나이.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엔 늦은 것 같고 그렇다고 포기하기엔 이른 나이다. 이쯤이면 웬만큼 ‘견적’이 나올 법한 구성이다. 판이하게 다른 두 남녀가 아옹다옹하다 사랑을 확인하는, 로맨틱 코미디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형식에선 분명한 선을 긋는다. ‘음악이 있는 연극’이라는 홍보 카피처럼 극의 이야기는 대사뿐 아니라 노래로도 전달된다. 침대·탁자·소파와 더불어 무대 위 몇 안 되는 소품 중 하나가 기타다. 헬레나와 밥은 번갈아 가며, 때로는 함께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유부남과 연애하면서 상처만 받은 헬레나는 ‘사랑은 아프게 해’를 흥얼거린다. 일상의 고단함을 잊기 위해 둘은 스탠드 마이크를 붙들고 ‘망각의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통기타로만 연주되는 곡들은 소박하다. 연출을 맡은 양정웅의 말마따나 영화 ‘원스’의 노래처럼 서정적이고 따뜻하다.



 극 중 배우들의 역할도 독특하다. 연기하고 기타치고 노래하는 것은 물론 두 사람의 주변인들까지 연기하는 1인 다역을 해낸다. 해설자 역도 맡고 종종 스태프처럼 무대 소품을 정리하기도 한다. 객석에 뛰어드는 일도 다반사다. 관객의 무릎에 앉는가 하면 와인을 따라주기도 하고 퀴즈 게임도 함께한다. 운좋은 관객이라면 배우들이 뿌리는 1000원짜리 지폐를 손에 쥐는 행운도 잡을 수 있다.



 하나의 스토리를 차분하게 따라가는 연극과 확연히 다른 이러한 형식은 간혹 산만해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무대뿐 아니라 객석에서까지 몸을 사리지 않은 두 배우의 열연과 참신한 형식 덕분에 2인극임에도 지루할 틈이 없다. ‘미드썸머’는 연중 밤이 가장 짧은 날인 하지(夏至)를 뜻한다. 우연찮게 생긴 1만5000달러를 원없이 써보기로 한 극 중 두 남녀의 일탈이 절정에 달한 날이다.



 셰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을 모티프로 한 이 연극은 영국의 현대 극작가 데이빗 그레이그와 작곡가 고든 메킨 타이어가 만들었다. 2009년 초연 당시 3주 동안 전회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국내에선 이번이 초연이다. 헬레나역은 2001년 ‘버자이너 모놀로그’ 이후 10년 만에 연극 무대에 나선 예지원이 맡았다. 밥 역에는 서범석과 이석준이 더블 캐스팅됐다. 6월 12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전석 5만원.



 이 연극은 오디뮤지컬컴퍼니가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아 마련한 ‘아주 특별한 2인극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이후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연극 ‘블루룸’을 차례대로 선보일 예정이다. 세 작품 모두 이시대를 살아가는 30대 중반 젊은이들의 고민과 철학을 담는다.

▶ 문의=1588-5212



<김은정 기자 hap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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