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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치오네 “한국시장 가장 중요” … 한국지사장 직접 면접 보고 뽑아

중앙일보 2011.05.31 03:00 경제 2면 지면보기



한국시장 주목하는 글로벌 기업들 … 그들은 왜



마르치오네 회장(左), 필립스 사장(右)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크라이슬러코리아 신임 대표 이사에 르노삼성의 영업본부장을 지낸 그렉 필립스(56)를 영입한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필립스 신임 대표는 알아주는 ‘한국통’이다. 주한미군 장교로 한국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그는 1990년대 중반 예편해 대우차 미국법인과 미국의 혼다·닛산에서 영업을 담당했다. 2004년 닛산코리아 사장으로 부임했다가 지난해 르노삼성의 영업본부장으로 옮긴 뒤 올해 3월 퇴직했다.



 필립스 대표의 인선은 크라이슬러를 이끄는 세르지오 마르치오네(59) 회장의 승부수다. 마르치오네는 이탈리아 피아트그룹과 크라이슬러자동차의 최고경영자(CEO)를 겸임한다. 그는 이번에 직접 필립스를 한국 지사장으로 골랐다. 통상 국내 수입차업체 사장은 해당 본사 아시아담당 본부장이 전결로 뽑는다는 점에서 이번 경우는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거기엔 마르치오네의 승부사적 판단이 작용했다. 그는 “한국 수입차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이다. 본격적인 성장기에 들어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크라이슬러는 1996년 한국에 진출하면서 미국 본사 소속 웨인 첨리가 초대 사장으로 부임했다. 그가 2008년 중국 담당 사장으로 발령이 나면서 지난해까지 대우차 출신 한국인이 사장을 맡았다. 업계에서는 피아트 출시를 앞두고 본사와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자는 차원에서 다시 미국인을 기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의 올해 판매 목표는 지난해보다 60% 이상 증가한 5000대다. 하반기에는 이탈리아의 대표 소형차인 피아트를 출시해 2, 3년 내 연간 1만 대 이상 팔겠다는 목표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부터 국내 수입차 업계 임원을 대상으로 사장 물색에 나섰다. 중국 베이징의 아시아 지역본부에서 면접을 보고 ‘OK’를 한 후보들이 마르치오네 회장 면접에서 탈락하는 이변이 생겼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수입차 임원 10명 이상이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직·간접으로 크라이슬러 면접을 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종 2, 3명이 선발돼 마르치오네와 면접을 했지만 고배를 마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시 마르치오네는 상당히 구체적인 판매 전략 등을 물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9년 6월 파산보호에 들어간 크라이슬러를 인수하면서 매년 수입차 판매가 큰 폭으로 증가한 한국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마르치오네는 하루에 보통 3~4시간만 자면서 주말에도 쉬지 않고 일하는 ‘일벌레’로 유명하다. 1년에 쓰는 휴가는 5일 남짓. 직접 80개 본부의 보고를 받고, 평소에는 e-메일 확인이 가능한 스마트폰을 5대나 들고 다닌다. 5대의 스마트폰은 CEO로 재직하는 피아트·크라이슬러를 비롯해 농기계업체 CNH, 이사회 멤버인 은행 UBS의 업무용이라는 것. 나머지 1대는 고장날 경우를 대비한 예비용이다. 이런 이유로 2009년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하는 CEO’에 뽑히기도 했다.



 그의 경영철학은 미국 애플식 경영이다. 기울던 PC회사에서 주변기기인 아이팟으로 성공한 뒤 아이폰으로 대변신을 한 애플의 성공 스토리를 피아트에 접목시켰다. 2004 년 말 누적 적자가 120억 달러(약 13조원)에 달하던 피아트를 맡자마자 임직원들에게 강력한 브랜드 파워 등 아이팟의 성공 요인을 벤치마크하도록 주문했다. 이렇게 나온 차가 2007년 선풍적 인기를 끈 소형차 ‘피아트 500’이다. 그는 이 차를 ‘피아트의 아이팟’이라고 불렀을 정도다. 애플처럼 인사도 개혁했다. 2005년 피아트의 관리직 간부 2000여 명을 해고하면서 젊고 유능한 중간관리를 간부로 과감하게 승진시켰고 외부 인사를 적극 발탁했다. 그리고 이들에게 재량권을 적극 부여한 결과 피아트는 2년 만에 4억 달러 흑자로 변신했다. 이탈리아·캐나다 국적으로 회계사인 그는 캐나다 요크대학과 윈저대학 경영학 석사를 마쳤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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