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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스페셜 - 화요교육] 영재교육원 9만 명 … 이공계 부활 이끌까

중앙일보 2011.05.31 01:45 종합 8면 지면보기



교육청 - 대학부설 영재교육원 열풍
작년 외고 경쟁률은 반토막, 과학영재학교는 17.9대 1



13일 서울 성북구 돈암초등학교 발명영재학급에서 임영진 교사가 학생들에게 모형 롤러코스터를 이용해 위치에너지와 운동에너지를 설명하고 있다. 영재학급 20명을 선발하는 데 250여 명이 몰렸다. [변선구 기자]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서초초등학교의 과학영재수업에서는 초등 6년생 20명이 이쑤시개를 열심히 쌓아 올리고 있었다. 쉬워 보였지만 들여다보니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추 1㎏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15㎝ 길이의 모형 다리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치밀한 계획과 과학적인 계산이 필요했다. 역삼초 6학년 이호수(13)양은 “6각형의 벌집 모양으로 만들면 이쑤시개를 덜 써도 튼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잠원초 6학년 송채윤(13)양은 “빈 공간이 있어서 폭삭 가라앉을 텐데”라며 머리를 갸우뚱했다.





이날 수업은 서울시내 11개 교육청이 운영하는 영재교육원 정규 교육과정의 한 장면이다. 서울시내에만 수학·과학·발명 등 영재 4400여 명이 방과후 시간을 이용해 교육을 받고 있다. 이런 특별 교육은 학생들의 창의력 개발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갈수록 인기를 끌고 있다. 전국 시·도교육청 산하 영재교육원이나 서울대·연세대·서울교대 등 각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 초·중·고교 영재교실 등에서 교육을 받는 학생은 총 9만2000여 명에 달한다. 전체 초·중·고 학생 수의 1.3%에 해당된다.











 상위 1% 남짓한 이들 영재 교육 열풍이 불면서 영재교육원과 영재학교 입시를 뚫으려는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시·도교육청이 운영하는 웬만한 발명 교실은 1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 17일 원서접수를 마감한 전국 4개 과학영재학교 입학 원서접수에서 480명 모집에 8040명이 몰려 16.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초등학생 때부터 치열한 영재교육원 입학 경쟁에 내몰리는 이유는 상급학교 진학과 관련이 깊다는 게 학부모들의 얘기다. 일단 영재교육원에 들어가면 고교 진학 때 과학영재학교로 갈 수 있고, 그 이후 상위권 대학 입학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서울 남부교육청 소속 영재교육원의 한 교사는 “20명 정원에 100명 정도가 지원할 줄 알았는데 시험장에 350여 명이 몰려 급하게 시험 좌석을 추가할 정도로 학부모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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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과학영재학교인 서울과학고는 재학생의 90% 이상이 영재교육원 출신이다. 서울과학고는 지난 4년간 졸업생 508명 중 261명을 서울대에 보내고, KAIST·포스텍(POSTECH)·연세대·고려대 등에 192명을 진학시키는 성과를 보였다. 부산 한국과학영재학교는 수능과 내신 성적과 상관없이 특별 전형으로 매년 100명가량을 KAIST로 진학시킨다.



 사교육업체인 하늘교육 임성호 이사는 “지난해 외고 지원자는 전년도 8000여 명 수준(3대 1)에서 4000여 명(1.8대 1)으로 급감한 반면 과학영재학교는 높은 경쟁률(17.9대 1)을 기록했다”며 “취업이 유리한 이과계열 학교로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영재교육원 단계에서부터 사교육이 한창이다. 초등 6학년 아들을 둔 주부 조모(서울 대치동)씨는 아들을 수학 영재교육원과 과학 영재교육원에 보내려다 연거푸 실패했다. 그는 “영재교육원에 보내기 위해 월 100만~200만원 하는 과외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 압구정동의 C영재전문학원에서는 주말 오후 시간에도 초등학생과 학부모들로 북적거렸다. 이 학원 대표는 “최근 고교에서 자기주도학습전형과 입학사정관제전형과 맞물리면서 학부모들에게 영재교육이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며 “1700여 명이 정원인데 최근 대기자만 700~800명 정도 된다”고 말했다. 영재교육원 출신이라는 경력도 학부모들에게 매력적이다. 한 사교육업체 관계자는 “영재교육원 출신이라는 경력이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재교육 전문가들은 영재 교육을 받기 위해 사교육으로 향하는 현상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서울대 관악영재센터 김은숙 박사는 “사교육을 받고 온 영재들은 발표와 연구 능력은 뛰어나지만 매뉴얼대로 맞춤 교육을 받은 습관 때문에 목표를 상실하고 방황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애플사 창립자인 스티브 잡스와 같은 인재를 만들어 내려면 스스로 꿈을 찾아 연구하는 ‘자연 영재’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김민상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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