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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승부조작 어떻게 했나

중앙일보 2011.05.31 01:31 종합 18면 지면보기



10만원 이하로 쪼개 억대 베팅한 듯





프로축구 승부조작을 통해 스포츠 토토의 거액 배당금을 노린 불법 베팅은 돈을 대는 전주와 선수를 매수하는 브로커, 스포츠토토를 판매하는 일부 복권방 업주가 공모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스포츠 토토가 사행성 방지를 위해 각종 제한장치를 두고 있지만, 이를 무시할 수 있는 ‘베팅 금액 쪼개기’와 ‘연속 베팅’이 가능해서다.



 30일 검찰과 스포츠토토 복권방에 따르면 브로커들이 승부를 조작하려 한 스포츠토토는 홈경기의 승·무·패 등 경기 결과만 맞히면 배당금을 받는 승부식(프로토)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소 2경기에서 10경기까지 중복 베팅이 가능하며, 선택한 경기 수가 많을수록 배당금은 많아지지만 당첨 확률은 낮아진다. 이 방식은 ▶개인당 베팅 금액이10만원으로 제한되고 ▶판매점은 10분에 100만원 이상 발매할 수 없으며 ▶특정 조합(승·무·패)에 전국적으로 10억원 이상 돈을 걸 수 없다.



 창원의 한 복권방 관계자는 “합법적인 스포츠토토는 각종 안전장치가 돼 있어 돈을 대는 전주나 브로커가 판매점과 결탁하지 않으면 단기간 불법 고액 베팅이 사실상 힘들다”고 말했다. 검찰은 베팅 제한에 걸리지 않기 위해 승부조작에 연루된 전주나 브로커들이 일부 복권방 업자에게 수수료를 미끼로 간접 베팅을 의뢰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전주나 브로커들이 1억원을 10여 개 복권방 업주에게 1000만원씩 나눠주고 업주들은 최대 베팅 금액인 10만원 이하로 쪼개 연속 배팅하는 식이다. 창원시내 또 다른 복권방 업주는 “1회 최대 베팅 금액 10만원을 넘지 않은 선에서 1000만원까지 연속 베팅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업주들은 베팅을 해주고 전주·브로커들로부터 5%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구속된 브로커와 선수들은 4월 6일 ‘러시앤캐시컵 2011’ 대전-포항, 부산-광주 두 경기를 대상으로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경기에서 대전과 광주는 각각 0-3, 0-1로 패했다. 두 경기의 토토 고정 배당률은 2.20이었다.



 브로커가 선수들을 매수해 승부조작을 해놓은 상태에서 전주가 복권방 업주를 동원해 3억원을 베팅했다면 배당금은 6억6000만원에 이른다. 두 구단 선수의 매수 비용 2억2000만원과 베팅 3억원 등 원금 5억2000만원을 빼더라도 1억4000만원을 남기는 것이다. 복권방 업주들이 배당금을 받아 전주에게 전달하면 합법적 스포츠토토에서 고액 불법 베팅의 전 과정이 끝나게 된다.



창원=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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