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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겨우 1년 해보고 … 곽노현 “고교선택제 재검토”

중앙일보 2011.05.31 01:21 종합 22면 지면보기






윤석만
사회부문 기자




서울대사대부고(서울 성북) 1학년생 일부는 지난해 말 거주 지역에 관계없이 지원하는 고교배정 1단계에서 19대 1의 경쟁률을 뚫었다. 서울 시내 176개 일반고 가운데 2위였다. 이 학교가 ‘입시명문’은 아니지만 학생들에게 ‘가고 싶은 학교’로 꼽히는 이유는 수준별 맞춤교육 등 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30일 이렇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고교선택제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서울 고교 교사 대다수가 폐지를 요구한다”며 “현 상태 그대로 존치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올해로 시행 2년차인 고교선택제는 다시 강제배정 방식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강제배정은 집값 상승을 부추겼던 강남 ‘8학군’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 고교선택제는 이 같은 평준화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전임 교육감(공정택) 시절 도입됐다.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면 거주지에 관계없이 학교를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 효과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서울대사대부고 외에도 많은 학교가 고교선택제를 통해 학생들이 공부하고 싶은 학교로 탈바꿈했다. 용산구 배문고는 고3 담임 전원이 매일 밤 늦게 학생들의 부족한 공부를 보충해 주면서 서울대 진학 학생이 2009년 2명에서 올해 6명으로 늘어나는 등 교사들의 헌신이 학교 교육 정상화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곽 교육감은 이런 긍정적 효과에는 눈감은 채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내건 ‘고교선택제 전면 재검토’ 공약을 지키겠다며 제도 변경에 나서고 있다. 다시 제도를 바꾸면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애쓴 고교 교사들은 또 혼란을 겪어야 한다. 무엇보다 곽 교육감의 뜻은 학생들의 뜻이 아니다. 지난 2월 시교육청이 “학생들의 희망학교 배정률이 86.4%에 달한다”고 밝힌 바대로 신입생 10명 중 8~9명은 가고 싶은 학교에 가고 있다.



 “폐지가 대다수”라는 주장도 틀렸다. 전체 교원의 절반가량이 회원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 김동석 대변인은 “새 제도를 2년 만에 뒤집으려는 것은 혼란만 부추기는 일”이라고 말했다. 제도 탓만 해서는 발전이 없는 법이다. 곽 교육감은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는 철칙을 되새기면서 일반고 교사들의 노력부터 촉구하기 바란다.



윤석만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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