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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 빅3 우울한 ‘바다의 날’ … “정부 지원 나서야”

중앙일보 2011.05.31 00:24 경제 6면 지면보기



3대 악재에 발목 잡힌 해운업계







고유가와 해적, 그리고 선복량 부족.



 31일은 ‘바다의 날’이지만, 국내 해운업계가 3대 악재로 표정이 밝지 않다.











국내 해운사 빅3로 불리는 한진해운·현대상선·STX팬오션은 올 1분기 영업손익이 분기 기준으로 일제히 적자로 돌아서 더욱 그렇다. 김우호 해양수산개발원 해운시장연구센터장은 “1분기 국내 해운업계가 고유가의 직격탄을 맞았다”며 “2분기 들어 벌크선 시황이 좋아지고 있지만, 컨테이너선은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것 같다”고 말했다.



 올 1분기 해운업계의 발목을 단단히 잡은 건 고유가다. 지난해 t당 평균 465달러였던 선박용 벙커C유(점도 380CST 기준)는 1분기 평균 600달러로 30% 가까이 치솟았다. 이 때문에 국내 해운업계는 고유가를 견디기 위해 항해 속도를 늦추는 감속 운항(에코 스티밍)을 하고 있다. 선박마다 다르지만 보통 17~19노트(1노트는 시속 약 1.85㎞)의 경제 속도를 준수하고 있다. 또 비용을 아끼기 위해 기름값이 싼 네덜란드 로테르담과 싱가포르 항에서 급유를 집중하고 있다. 지난주 t당 벙커C유의 평균 가격은 로테르담이 593달러, 싱가포르가 621달러다. 645달러인 부산이나 639달러인 미국 롱비치보다 저렴하다.











 아덴만의 해적 역시 해운업계의 골칫거리다. 삼호해운처럼 해적에 두 차례 납치당해 회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경우도 생겼다. 피랍 방지를 위한 비용도 늘고 있다. 정부는 올 2월 위험 해역을 지나는 선박에 시타델(citadel·선원 긴급대피처)의 설치를 의무화했다. 그런데 시타델을 설치하는 데 선박당 2억~3억원이 든다. 그리고 납치를 피하기 위해 아덴만을 지나는 선박은 경제 속도인 17~19노트보다 빠른 20~23.4노트로 운항한다. 그래서 아덴만을 통과할 때 연료비가 50% 가까이 더 든다. 고유가와 해적도 문제지만 선복량(컨테이너 적재 능력) 부족은 국내 해운업계를 이미 괴롭혔고, 앞으로 계속 골칫거리가 될 사안이다. 해운업계는 경제학에 나오는 ‘규모의 경제’ 효과가 나타나는 시장이다.



그런데 지난 10년간 외국의 경쟁 선사들이 선박 수를 늘리고, 최근 신규 대형 선박을 투입하고 있음에도 국내 해운업계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외국 경쟁사는 정부의 지원과 선박 금융의 활성화로 선박 수를 대폭 늘렸다.



 10년 전과 현재의 선복량을 비교하면 국내 해운업계는 세계 4위에서 9위로 떨어졌다. 프랑스의 해운컨설팅사인 알파라이너(Alphaliner)의 조사에 따르면 2001년 세계 1위 선사인 머스크를 보유한 덴마크의 선복량은 69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한 개), 2위 일본은 44만TEU, 3위 대만이 43만TEU, 4위 한국이 36만TEU였다. 하지만 현재 선복량을 보면 여전히 덴마크가 225만TEU로 1위, 스위스가 196만TEU로 2위, 한국은 81만TEU로 9위다. 한국과 덴마크의 선복량 차이는 2001년 33만TEU에서 올해 144만TEU로 벌어졌다.



 양홍근 선주협회 이사는 “외국 경쟁 해운사는 정부의 지원과 선박 금융의 활성화로 선박을 대거 발주해 선복량을 키우며 경쟁력을 강화했다”며 “정부가 하루빨리 선박금융공사를 만들어 국내 해운업계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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